"세계적인 선수들과 수준 차이를 제대로 깨달았어요"

국내 여자 싱글 2인자 김나영(18.연수여고)이 21일(한국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스칸디나비움 빙상장에서 치러진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난조로 79.36점을 받는데 그치면서 전날 쇼트프로그램(47.96점)을 합쳐 총점 127.32점에 머물렀다.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치고 믹스트존에 나온 김나영의 눈가에는 살짝 눈물이 비치고 있었다.

모니터에 떠있는 자신의 점수를 보고 "저렇게 점수가 안 나올지 몰랐는데.."라며 서운한 속내를 숨기지 못했다.

지난 달 4대륙 대회에서 기록했던 자신의 최고점(158.49점)보다 무려 31.17점이나 낮은 점수다.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착지 불안으로 점수가 깎인 김나영은 연이은 더블 악셀 시퀀스에서도 제대로 점수를 못 받고 트리플 러츠에 이은 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싱글로 처리했다.

더구나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 플립도 2회전에 그치고 이어진 더블 악셀은 아예 뛰지도 못했으며 트리플 토루프는 싱글 점프에 그쳤다.

그나마 점수를 높이기 위해 연습했던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은 레벨 1에 그치는 등 전반적으로 저조한 경기를 펼쳤다.

그 때문일까.

취재진과 마주선 김나영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김나영은 "프리스케이팅 연습을 많이 했지만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다"며 "스케이트 부츠도 문제가 있었고 전반적으로 몸 상태가 너무 나빴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점수가 나쁠지는 몰랐다.

스핀도 레벨이 너무 낮았다"며 "4대륙대회 때처럼 했으면 좋았을 뻔 했는 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첫 출전한 소감에 대해선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다 보니 부족한 면이 새록새록 느껴졌다"며 "다음 시즌에는 약점인 콤비네이션 점프를 보완하는 데 힘쓰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표현력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한국에서 응원해준 팬들에게 너무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김나영을 지도한 신혜숙 코치는 "해외 경기이고 이렇게 꽉 찬 관중 앞에서 처음 경기를 하다 보니 너무 긴장했다"며 "얼굴도 굳고 전반적인 스피드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신 코치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속 잘나가는 것보다 이런 순간도 필요하다"고 김나영을 다독였다.

(예테보리<스웨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