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른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일본으로 자리를 옮겨 3년 연속 요미우리 개막전 4번 타자 자리 확보에 도전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요미우리는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개막을 열흘 앞둔 18일 현재 개막 3연전 중심 타순을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개막 보름 전에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이승엽-루이스 곤잘레스를 클린업트리오로 배치하는 타순을 완성해 발표했다.

올해도 3월 초까지는 중심 타순이 비교적 확실하게 굳혀진 것처럼 보였다.

2년간 10억엔의 몸값으로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데려온 우타자 알렉스 라미레스(34)를 4번에 두고 좌타자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와 이승엽을 3, 5번에 배치하리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었다.

하지만 이승엽이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서 23타수 11안타(타율 0.478), 2홈런, 12타점의 맹활약을 펼치는 동안 일본에 남은 라미레스 등 나머지 선수들이 시범 13경기에서 최하위(2승8패3무)로 처지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무릎 수술 후 재활을 끝낸 오가사와라는 최근 2경기에 3루수 겸 3번으로 나와 4타석에서 볼넷 1개에 그치긴 했지만 가벼운 몸놀림으로 기대를 모았다.

문제는 역시 4번이다.

봄에는 힘을 내지 못하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 라미레스는 이 기간에 좌익수 겸 4번으로 꾸준히 출전했지만 타점과 홈런 없이 타율 0.270에 그쳤다.

지난해 센트럴리그 역대 최다안타(204개)를 친 선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안타도 안타지만 여전히 ON포(오 사다하루-나가시마 시게오) 향수가 강한 요미우리가 13경기 동안 홈런을 2개 밖에 치지 못했다는 점이 작지 않은 불안을 던지고 있다.

요미우리의 시선이 이승엽과 아베 신노스케가 돌아오는 18일 이후 시범경기에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7일 일본으로 건너간 이승엽은 이르면 18일 주니치전(도쿄돔)을 시작으로 19일 야쿠르트(메이지진구 구장), 20일 요코하마(요코하마스타디움)와 잇따라 시범경기에 출전한다.

이병규와 올해 첫 대결은 물론, 1998년 이후 10년 만의 임창용과 맞대결도 기대를 모은다.

25-26일 메이저리그 도쿄돔 개막전을 앞두고 도일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보스턴 레드삭스와도 22-23일 특별경기를 벌이는 만큼 `숙적'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마주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직까지는 라미레스가 4번에 기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2006, 2007년 2년 연속 4번 타자를 맡아 개막전 홈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승엽이 남은 5경기에서 보일 활약에 따라 타순이 뒤바뀔 가능성도 충분한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