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18.군포 수리고)-아사다 마오(18)-안도 미키(21.이상 일본) '피겨 3인방'이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18~23일.스웨덴 예테보리) 여자싱글 '여제'대결을 벌인다.

17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스웨덴 예테보리 스칸디나비움 빙상장.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선율이 퍼지는 가운데 김연아가 열심히 음악에 맞춰 연기를 가다듬었다.

이틀 전 한국을 출발한 김연아는 16시간에 걸친 긴 여행 끝에 예테보리에 도착해 이날 새벽 처음 빙상장 적응훈련에 나섰고, 35분 동안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맞춰보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비공식 훈련에는 이번 대회 우승메달을 놓고 대결을 펼칠 아사다와 지난해 대회 우승자 안도도 다른 조에 편성돼 첫 훈련을 펼쳐 분위기를 달구기 시작했다.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19일 오후 5시15분부터 시작되고, 프리스케이팅은 21일 오후 2시30분부터 펼쳐진다.

출전선수 53명 가운데 쇼트프로그램 성적 상위 24명만 프리스케이팅에 나설 수 있다.

일본은 지난해 대회에서 안도가 우승해 출전권 3장을 확보했고, 한국은 김연아의 동메달로 2장을 따내 김나영(18.연수여고)이 함께 나선다.

◇한일 '자존심 승부'

관심은 역시 김연아와 아사다의 동갑내기 대결에 쏠리고 있다.

김연아는 2007-2008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197.20점을 기록, 자신의 역대 베스트 점수와 이번 시즌 여자싱글 최고점을 동시에 세우면서 우승했다.

연이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2연패를 달성한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갑작스런 고관절 통증으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치료에만 집중하는 힘겨운 상황을 맞았다.

결국 훈련과 재활을 병행하는 힘겨운 시간을 견딘 김연아는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통제를 준비한 채 "우승보다 실수 없는 연기를 펼치겠다"는 각오를 남기고 스웨덴으로 향했다.

반면 김연아가 통증과 씨름하는 동안 아사다는 지난달 고양시에서 치러진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1위에 올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의 아쉬움을 씻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최근 러시아 출신 라피엘 아루투니안 코치와 결별하는 진통을 겪은 뒤 미국에서 일본으로 훈련지를 옮긴 아사다는 고향인 나고야에 머물면서 전용 훈련장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끝냈다.

이번 시즌 잘못된 에지 사용으로 러츠 점프에서 번번이 감점을 받는 난처한 상황을 겪었지만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 악셀과 뛰어난 표현력을 앞세워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이후 이번 시즌 단 한 번도 우승을 챙기지 못한 안도 역시 자신의 필살기인 쿼드러플 점프(공중 4회전 점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남자 싱글 '유럽-일본 2파전'

남자 싱글에서는 지난 대회 우승자 브리앙 주베르(프랑스)와 4대륙 대회에서 역대 남자싱글 최고점(264.41점)을 갈아치운 '일본의 자존심' 다카하시 다이스케의 맞대결에 시선이 쏠린다.

또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다이스케를 물리친 스테판 람비에(스위스)와 제플리 버틀(캐나다), 조니 위어(미국)도 유력한 메달 경쟁자로 손꼽히는 가운데 한국 팬을 많이 보유한 에반 라이사첵(미국)은 어깨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이밖에 지난달 4대륙 대회를 통해 한국 무대에 첫 인사를 했던 우즈베키스탄 아이스댄싱팀의 유선혜-라밀 사르쿨로프조도 출전해 국내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남녀 싱글 우승자는 각각 4만5천달러(약 4천500만원), 페어 및 아이스댄싱 우승팀은 상금 6만7천500달러(약 6천800만원)를 받는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