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한 동갑내기 '피겨 요정'들의 힘겨운 도전이 시작된다.

2007-2008시즌 피겨스케이팅을 총결산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가 17일(이하 한국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스칸디나비움 아레나에서 개막해 일주일 동안 '은반 열전'을 펼친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는 한국을 대표해 김연아(18.군포 수리고)와 김나영(연수여고) 2명이 출전한다.

김연아가 지난해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덕에 출전권이 두 장으로 늘면서 '국내 2인자' 김나영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대회를 앞둔 김연아와 김나영의 몸 상태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김연아는 1월 말 캐나다 전지훈련 중 고관절 통증이 발생해 치료와 훈련을 병행하며 힘겹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고, 지난달 4대륙선수권대회 4위에 올랐던 김나영도 무릎 통증과 스케이트 부츠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여자 싱글은 19일 오후 10시부터 예선전 성격의 쇼트프로그램이, 21일 오전 2시30분부터 최종 순위를 결정하는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벌어진다.

◇김연아 '삼중고를 뚫어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첫 출전해 쇼트프로그램 세계 신기록(71.95점)을 세우면서 종합 3위의 쾌거를 달성한 김연아는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두고 '훈련시간-연습장소-수면부족'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오후 내내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다 보니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 갈 수 없어 오전 5시에 기상한 뒤 오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새벽 훈련을 벌이고 있다.

재활치료가 끝나고 나면 다시 롯데월드 링크장으로 돌아와 저녁 10시30분부터 자정까지 '올빼미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밤 훈련도 링크 대관이 어려워 다른 선수들과 함께 더부살이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어 이른 아침과 밤 늦은 시간에만 훈련을 하게 돼 결과적으로 하루에 4시간도 채 못 자는 힘겨운 일정을 강행하고 있다.

◇김나영 '160점 고지를 향하여'
1월 피겨종합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낸 김나영은 4대륙 대회에서 개인 최고점(158.49점)을 기록하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호사다마였을까.

4대륙 대회와 전국체전을 연이어 치른 김나영은 오른쪽 무릎 통증과 더불어 새로 바꾼 스케이트 부츠의 중심이 맞지 않아 무려 열흘 동안 점프 훈련을 하지 못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힘든 상황이지만 김나영은 54명의 여자싱글 출전 선수 가운데 프리스케이팅을 탈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쇼트프로그램 24위 이내에 드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삼았다.

더불어 김나영은 총점 160점 고지를 넘기 위해 프리스케이팅 점프 과제에서 기존 '트리플 러츠-더블 토룹(3Lz+2T) 콤비네이션 점프'에 더블 토룹을 한번 더 연결한 '3Lz+2T+2T'를 연습하고 있다.

이럴 경우 0.3점을 더 얻을 수 있다.

또 프리스케이팅에서 레이백 스핀 대신 플라잉 카멜 콤비네이션 스핀을 넣고, 스텝 연기의 손 동작을 바꿔 레벨을 높이는 등 '티클 모아 태산' 작전으로 점수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