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20일 상암벌.

프로축구 FC서울 세뇰 귀네슈 감독은 인터뷰장에 나와 "수준 차이를 절감한다"고 했다.

그 날은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코리아투어가 열렸을 때다.

FC서울은 사력을 다했지만 맨유의 파상 공세를 견뎌내지 못하고 0-4로 대패했다.

이번엔 데이비드 베컴이다.

정확히 말하면 베컴이 소속된 미국프로축구(MLS) LA갤럭시.

FC서울과 LA갤럭시는 3월1일 오후 4시30분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경기를 펼친다.

대회명은 모토로라컵 LA갤럭시 코리아투어.

K-리그 개막을 한 주 남겨둔 FC서울 입장에선 단순히 투어의 상대방으로 그칠 순 없다.

시즌 전력을 점검할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귀네슈호는 인천에서 데려온 세르비아 특급 데얀과 김은중을 투톱에 놓고 이을용, 이청용을 좌우 날개로 쓴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이민성과 기성용이 나서고 포백에 아디, 김치곤, 김진규, 최원권이 도열한다.

수문장은 김호준.

박주영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여전히 준대표급 라인업이다.

부상으로 허정무호에서 중도 하차한 정조국은 상황에 따라 조커로 투입될 수 있다.

LA갤럭시는 과테말라 공격수 카를로스 루이스를 깊숙이 박고 베컴이 오른쪽에 포진한다.

포르투갈 대표 출신 아벨 사비에르도 베컴의 뒤쪽 측면을 맡아 오른쪽 라인이 환상적이다.

베컴은 지난 24일 팬퍼시픽챔피언십 시드니FC(호주)전에서 컴퓨터 크로스로 2도움을 배달해 실전 적응을 마쳤다.

MLS 개막과 함께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100회 A매치 출전을 겨냥해야 할 베컴 입장에서도 단순히 '팬 서비스용' 경기는 아니다.

베컴은 괜찮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어 전반과 후반 초반 정도까지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베컴-박주영'의 킥 대결 카드를 대체할 볼거리는 베컴의 오른발과 이을용의 왼발 대결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3.4위전에서 터키의 벽을 꿰뚫은 왼발 프리킥을 꽂아넣었던 이을용의 킥 실력은 줄지 않았다.

베컴이 오른쪽, 이을용이 왼쪽에 포진하기에 측면 맞대결은 불가피하다.

또 하나 귀네슈 감독과 LA갤럭시 루드 굴리트 감독의 지략 싸움도 관전 포인트.
1980년대 반 바스텐, 레이카르트와 함께 오렌지 삼총사로 불린 굴리트는 갤럭시에서 이번 시즌 도전을 시작했다.

2002년과 2005년 우승한 갤럭시는 베컴 영입으로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거둬들이는 것은 물론 리그 정상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쫓고 있다.

전력 분석에선 50대50으로 팽팽하지만 승산에선 하와이 투어를 거쳐 피곤한 갤럭시보다 FC서울이 유리해 보인다.

갤럭시에도 미국 국가대표 랜던 도노번 등 일부가 빠졌고 FC서울도 100%는 아니다.

갤럭시는 2003년 피스컵에 출전하면서 방한했지만 국내 클럽과 맞붙진 않았다.

박지성이 있던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에 1-4로 대패하고 돌아갔다.

2006년엔 아드보카트호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평가전을 벌여 0-3으로 완패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