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31)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이 연장 혈투 끝에 강호 첼시를 꺾고 잉글랜드 축구 칼링컵 정상에 올랐다.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2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뉴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끝난 2007-2008 칼링컵 결승 단판 승부에서 연장 전반 4분에 터진 수비수 조너선 우드게이트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첼시를 2-1로 제압했다.

토트넘은 1998-99 시즌 리그컵 우승에 이어 9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환희에 젖었다.

통산 네 번째 리그컵 우승.
그러나 이영표는 이날 결승전 라인업에 포함되지 못해 팀 우승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토트넘은 파스칼 심봉다, 앨런 허튼이 양쪽 풀백으로 나왔고 왼쪽 측면 요원 티무 타이니오가 대기 명단에 들어가면서 이영표는 교체 멤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영표는 최근 6경기 연속 결장으로 주전 경쟁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토트넘은 잉글랜드 정규리그 2회, FA컵 8회, 유럽축구연맹(UEFA)컵 2회 등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런던 연고 명문 팀으로 자리잡았지만 2000년 이후엔 지독한 불운이 겹치면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준결승 2차전에서 9년 동안 누르지 못했던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을 5-1로 대파하고 결승에 오른 토트넘은 다시 같은 런던 연고 팀으로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첼시를 보란듯이 격침시켰다.

토트넘은 리그컵인 칼링컵 우승으로 다음 시즌 UEFA컵 출전권을 따냈다.

첼시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마치고 돌아온 코트디부아르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와 볼턴에서 스카우트한 니콜라 아넬카, 숀 라이트 필립스를 공격 삼각편대로 내세웠지만 토트넘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초반부터 고전했다.

토트넘이 심봉다의 헤딩슛과 스티드 말브랑크의 슈팅으로 첼시 문전을 위협하는 동안 첼시는 30분 프랭크 램퍼드의 롱슛이 나오기까지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선제골은 첼시의 몫이었다.

전반 39분 프리킥 찬스를 잡자 드로그바가 깔끔하게 휘어지는 오른발 킥을 꽂아 토트넘 골망을 흔들었다.

첼시의 2년 연속 우승 분위기로 흘러가던 경기는 후반 25분 심판의 핸드볼 파울 선언으로 반전됐다.

첼시 수비수 웨인 브리지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톰 허들스톤을 막다 손에 공이 닿았고 선심이 예리한 눈으로 반칙을 잡아냈다.

불가리아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킥을 성공시켜 1-1을 만든 토트넘은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토트넘 우승의 일등 공신은 지난달 수비력 강화를 위해 데려온 중앙수비수 우드게이트였다.

연장 전반 4분 저메인 제나스가 프리킥 크로스를 올리자 공격에 가담한 우드게이트가 헤딩 결승골을 뿜어냈다.

토트넘은 2-1로 리드를 잡은 다음 로비 킨 대신 수비수 유네스 카불을 투입해 첼시의 막판 파상 공세를 막아냈다.

첼시는 연장 후반 살로몬 칼루와 조 콜이 회심의 슈팅을 때렸지만 돌아온 수문장 폴 로빈슨이 연속 선방으로 토트넘의 승리를 지켜냈다.

스페인 세비야를 지휘하며 UEFA컵을 제패한 라모스 감독은 토트넘 부임 넉 달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토너먼트 승부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