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 스프링캠프를 위해 일본으로 떠나면서 이승엽(32)은 목표를 제법 구체적으로 밝혔다.

2년 전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옮긴 뒤 타율 3할 이상, 30홈런, 100타점을 올리겠다던 그는 그해 4번 타자를 꿰차고 타율 0.323에 41홈런 108타점을 거두면서 100% 이상 제 몫을 해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지난해에는 홈런 45개 이상, 100타점에 도전했으나 왼손 엄지 부상으로 시즌 내내 고전하면서 30홈런에 74타점을 수확하는데 그쳤다.

"올해 못하면 내년은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일본으로 떠난 이승엽은 예년과 달리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말하지 않았다.

40개 이상 홈런을 때리고 전 경기에 출전해 몸이 건강하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소박한 바람이었다.

소박한 바람 이면에는 말보다는 성적으로 보여주겠다는 무서운 집념이 도사리고 있었다.

다음은 이승엽과 일문일답.

--일본으로 떠나는 각오는.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번 시즌을 기분 좋게 맞이할 것 같다.

개막전부터 최종전까지 전 경기, 전 이닝을 부상 없이 출장하고 싶다.

몸이 건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알렉스 라미레스와 4번 타자 경쟁을 해야 하는데.

▲실력이 없다면 당연히 밀리겠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

4번 타자 자리에는 집착하지 않겠다.

--임창용(야쿠르트)과 대결하게 됐는데.

▲한국에서 임창용에게 약했는데 팀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해 때릴 수 있도록 하겠다.

한국에서 처음 맞닥뜨렸던 것처럼 새로 임한다는 자세다.

--현재 컨디션은.

▲3월 베이징올림픽 대륙별 플레이오프에 맞춰 순조롭게 컨디션을 조율 중이다.

지난해 10월에 왼손 엄지를 수술했던 것도 여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어차피 시범 경기도 3월에 열리기에 그 때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올림픽에 한국을 본선으로 이끌고 싶다.


--캠프에서 훈련 계획은.

▲티 배팅은 잘 때리고 있고 가벼운 배팅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무리하면 수술 부위가 덧날 수 있기에 페이스를 서서히 끌어 올릴 예정이고 대륙별 예선전에 전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시이 가즈히사, 마크 크룬 등 고전했던 투수들이 다른 리그로 이적하거나 팀 동료가 됐다.

▲이시이가 세이부로 이적하고 크룬이 요미우리로 왔지만 다니엘 리오스와 임창용 등이 새로 오지 않았는가.

좋은 승부를 벌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개막전을 맞는 각오는.

▲훈련에 매진해 컨디션을 100%로 끌어 올리겠다.

야구를 위해 사생활도 버렸다.

최소 홈런 40개 이상을 때리는 게 목표다.

--한국에서 5년차 때 성적이 좋았다.

일본에서 5년차를 맞는 기분은.

▲이제 상대 투수 이름만 들어도 어떤 구종을 던지고 어떤 스타일인지 알 정도가 됐다.

상대 투수들도 그만큼 나를 연구했을 것이다.

서로 잘 알기에 올해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일본 첫해를 맞는 임창용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주위에서 아무리 많은 조언을 해줘도 자신이 직접 부딪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직접 경험해 본 뒤 도움을 원하면 언제든지 상의해주겠다.

--올해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끈 후 메이저리그 진출 계획은.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다.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지금은 시즌을 준비하는 게 먼저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