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30.서울시청)이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규혁은 21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2008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5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단거리 황제' 제레미 워더스푼(32.캐나다)과 막판 치열한 접전 끝에 총점 0.095점 차로 역전 우승에 성공하면서 진정한 '단거리 황제'로 거듭났다.

이로써 이규혁은 500m와 1,000m 기록 합계로 순위를 가리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한국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2관왕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했다.

이규혁의 2연패 달성은 행운이 깃든 극적인 역전 드라마였다.

전날 1차 레이스에서 워더스푼(69.545점)과 얀 보스(네덜란드.69.805점)에 이어 69.910점으로 중간순위 종합 3위를 달리던 이규혁에게 역전 우승의 기회가 열린 것은 500m 2차 레이스였다.

시몬 키퍼스(네덜란드)와 함께 19번째 조에서 500m 2차 레이스에 나선 이규혁은 34초85로 '깜짝' 1위에 오른 뒤 마지막 조인 워더스푼과 보스의 결과를 초조히 기다렸다.

행운이었을까.

보스가 500m 레이스를 펼치다 넘어지면서 최하위인 40위로 밀려나고, 덩달아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4차례나 우승했던 워더스푼도 34초99로 이규혁에게 0.1초 뒤지면서 역전 우승의 발판이 마련됐다.

금메달 후보 중 하나였던 보스가 스스로 우승대열에서 밀려나면서 2연패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규혁은 자신의 주종목인 1,000m 2차 레이스에 나섰다.

특히 이규혁은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1,000m에서만 두 차례 한국기록을 경신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스타트 라인에 섰다.

'라이벌' 워더스푼과 함께 마지막 조에 편성된 이규혁은 뛰어난 스타트로 첫 200m에서 거리를 벌리는 듯 했지만 워더스푼 역시 가공할 스피드로 첫 번째 바퀴에서 이규혁을 앞서면서 위기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마지막 400m를 남기고 이규혁은 눈부신 막판 스퍼트로 워더스푼을 따라잡으면서 1분08초82의 기록으로 1위에 올라 극적인 역전 우승의 영광을 맛보게 됐다.

특히 이규혁은 지난해 대회에서도 1차 레이스에서 종합 2위를 차지한 뒤 마지막 1,000m 2차 레이스에서 역전 금메달을 완성해 2년 연속 짜릿한 역전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