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38.나이키골프)가 새해 벽두부터 승전고를 울렸다.

최경주는 14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골프장(파70.7천68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강한 바람이 불어대는 가운데 치러진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보기 2개를 곁들이며 1오버파 71타를 쳐 1∼3라운드에서 보여줬던 불같은 상승세는 꺾였지만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66타로 선두를 끝까지 지켜냈다.

2타를 줄이며 추격을 펼친 로리 사바티니(남아공)를 3타차 2위로 따돌린 최경주는 우승 상금 95만4천달러를 받아 상금랭킹 2위(102만1천500달러)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두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최경주는 PGA 투어 통산 7개째 우승컵을 챙기며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독주를 견제할 유력한 후보로 등장했다.

또 지금까지 6차례 우승 소식을 늘 5월 이후 시즌 중반이나 시즌 막판에 전해왔던 최경주는 시즌 초반부터 우승을 달성하며 최단 기간 시즌 상금 100만달러 고지를 돌파, 상금랭킹 5위까지 올랐던 작년 성적을 뛰어 넘는 전성기를 예고했다.

최경주는 2005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한차례 이상 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4년 이상 해마다 우승컵을 가져간 선수는 우즈, 필 미켈슨(미국), 비제이 싱(피지)과 최경주 등 4명 뿐이다.

1라운드부터 최종 라운드까지 내리 선두를 질주한 끝에 정상에 오른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올해 PGA 투어에서 최경주가 처음이며 소니오픈에서는 2001년 브래드 팩슨(미국) 이후 7년만이다.

2라운드에서 2위로 올라서 3라운드 때 최경주와 동반 플레이를 펼쳤던 나상욱(24.코브라골프)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이글을 뽑아낸데 힘입어 2오버파 72타를 쳐 공동4위(8언더파 272타)를 차지했다.

15개 대회만에 '톱10'에 입상한 나상욱은 손가락 부상과 재활 등으로 겪었던 침체에서 완전하게 벗어났음을 알렸다.

올해 PGA 투어 정식 멤버로 합류한 양용은(36.테일러메이드)은 이븐파 70타를 쳐 공동20위(4언더파 276타)에 올라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러냈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조차 허용하지 않고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던 최경주는 2위에 4타차나 앞선 여유 속에 4라운드를 맞았지만 우승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잠잠하던 하와이의 무역풍이 코스를 덮쳐 야자수가 부러질 듯 휘어지는 악조건 속에서 샷은 번번이 겨냥한 방향과 달리 날아갔다.

1∼3라운드 동안 언더파 스코어를 무더기로 선사했던 코스는 단 8명에게만 언더파 스코어를 허용했다.

최경주에 이어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팀 윌킨슨(뉴질랜드)은 8오버파 78타로 망가졌고 10위 이내에 입상한 선수 가운데 타수를 줄인 선수는 두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경주는 초반 위기를 컴퓨터 퍼팅으로 넘겼다.

1∼2번홀에서 4m 파퍼트를 집어넣으며 버틴 최경주는 4번홀(파3)에서 티샷 실수에 이어 두번째샷마저 그린에 올리지 못한데다 세번째샷이 2m 가량 홀에서 멀어져 더블보기 위기에 몰렸으나 보기로 막아냈다.

아쉬움도 있었다.

9번홀(파5)에서 1m 짜리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왔고 17번홀(파3)에서는 칩샷이 깃대를 맞고 퉁겨져 나와 아깝게 버디를 놓쳤다.

13번홀(파4)에서는 짧은 파퍼트를 놓쳐 사바티니에 2타차로 쫓기는 위기도 자초했다.

하지만 타수를 줄이기 보다는 지키는 것이 우승을 향한 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최경주는 흔들리지 않았다.

다행히 사바티니는 15번홀(파4)에서 벙커샷 실수로 1타를 잃어버려 다시 3타차로 벌어졌다.

사바티니가 16번홀(파4)에서 버디를 챙겼으나 남은 2개홀에서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바티니가 17번홀(파3) 버디 기회를 날린 뒤 18번홀(파5)에서 이글 퍼트가 짧아 끝내 파에 그치면서 사실상 최경주의 우승은 확정됐다.

2타차 리드를 안고 18번홀 공략에 나선 최경주는 가볍게 1m 버디를 성공시켜 우승을 자축했다.

최경주는 "바람이 불어 아주 힘든 경기였다"면서 "인내심이 우승컵을 가져다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바티니는 "마지막 3개홀에서 버디를 잡아냈어야 최경주를 압박할 수 있었는데 잘 안됐다"면서 "최경주의 뒷심과 정신력에 졌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