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력과 한발 앞선 기량이 빚어낸 김연아의 金
김연아는 2007-2008 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64.62점)과 프리스케이팅(132.21점)을 합쳐 총점 196.83점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지난 시즌 시니어 데뷔 무대에서 치른 첫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했던 김연아는 두 시즌 연속 '왕중왕' 자리에 오르면서 '피겨 요정'에서 당당히 '피겨 여제'로 자리매김했다.
김연아에게 이번 금메달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점프 기술의 정교함과 정확성을 ISU 심판진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게 무엇보다 소중한 결과다.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는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인 199.52점을 받으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고, 올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김연아(동메달)에 앞서 은메달을 따내면서 우위를 점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ISU의 채점 강화 기준은 '정석 점프'로 단련된 김연아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아사다는 올해 2차 그랑프리에서 러츠 점프에서 '잘못된 에지(Wrong edge)' 판정으로 잇달아 감점을 받으면서 추락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러츠 점프의 경우 바깥쪽 에지를 사용해서 도약해야 하지만 아사다는 그동안 습관적으로 도약 순간에 안쪽 에지를 사용했던 것.
결국 점프에 대한 부담은 슬럼프로 이어졌고, 이번 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와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프로그램의 트리플-트리플 점프 콤비네이션(연속 공중 3회전)에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반면 ISU 심판 교육에서 '모범 사례'로 꼽혔던 김연아의 점프 기술은 가산점까지 받으면서 강화된 채점 규정 하에서도 그랑프리 5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133.70점) 기록을 세웠다.
더불어 김연아의 위기 관리 능력도 한층 돋보였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프로그램에서 부담스런 마지막 연기자로 나서 첫 번째 점프과제인 트리플-트리플 점프 콤비네이션에서 손을 짚는 실수를 범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 무사히 연기를 마쳐 자신의 시즌 베스트 점수를 받아 냈다.
또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연기 초반 트리플 러츠에서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완벽한 마무리로 연기를 마치면서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제대로 발휘했다.
하지만 아사다는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번째 점프 콤비네이션을 실패한 뒤 급격히 무너지면서 이어지는 트리플 러츠를 시도 조차 못하는 등 정신력 싸움에서 김연아에게 크게 밀리고 말았다.
아사다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1위에 올랐지만 총점에서 김연아에게 무려 5.24점이나 뒤지는 점수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교과서 점프'와 타고난 강심장으로 무장한 김연아의 힘찬 행보에 걸림돌로 다가설 적수는 당분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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