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우승 한차례를 포함해 5년 연속 한일여자골프대항전 우승컵을 차지했던 한국 여자골프 대표팀이 6년 만에 1라운드 리드를 허용했다.

한국은 1일 일본 후쿠오카의 센추리골프장(파72)에서 양팀 12명씩이 나서 싱글스트로크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치른 제8회 교라쿠컵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 첫날 5승6패1무승부로 승점 11점에 그쳐 13점을 획득한 일본에 2점차로 뒤졌다.

일본에 진 1, 2회 대회 이후 한국은 2002년 3회 대회부터 작년 7회 대회까지 1라운드에서 일본을 크게 앞섰으나 6년 만에 열세로 최종 라운드를 맞게 됐다.

주장 김미현(30.KTF)은 "일본 선수들이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방심했던 탓이 없지 않다"면서 "오늘 뒤진 것을 보약으로 삼아 역전극을 펼치도록 정신력을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첫 주자로 나선 안시현(23)이 2오버파 74타에 그치면서 5언더파 67타로 펄펄 난 미쓰카 유우코에 일방적으로 당한 데 이어 전미정(25.투어스테이지)도 75타로 부진, 74타를 친 하라 에리나에 무릎을 꿇어 한국은 초반부터 밀렸다.

그러나 어깨 부상에 눈병까지 겹쳐 코스 파악조차 안돼 우려를 자아냈던 박세리(30.CJ)가 2언더파 70타를 때려내 모로미자토 시노부(73타)를 가볍게 꺾어 더 이상 추락은 막았다.

스윙도 제대로 못했던 박세리는 막상 경기에 나서자 강력한 드라이브샷과 절묘한 쇼트게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세리는 "아침까지 아파서 걱정이 많았는데 이겨야겠다는 생각에 아픈 줄 모르고 공을 쳤다"면서 "렉서스컵 일정 때문에 2라운드에서 동료와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가 미호와 맞선 이정연(28)이 1언더파 71타로 비겨 승점 1점을 보탠 한국은 한일전 최다 승점의 주인공 장정(27.기업은행)에 이어 신현주(25.다이와)가 사이티 미키, 마에다 구니코를 잇따라 눌렀다.

이선화(21.CJ)와 이지영(22.하이마트)도 이지마 아카네, 가와하라 유이를 여유있게 따돌려 승점 11-5로 앞서 또 한번 대승을 이끌어내는 듯 했다.

그러나 9번째 주자 송보배(21.슈페리어)가 10오버파 82타를 치는 난조 끝에 데일리 베스트인 64타를 때린 아리무라 지에에게 대패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어 출전한 지은희(21.캘러웨이), 안선주(20.하이마트), 신지애(19.하이마트)는 우에하라 아야코, 요코미네 사쿠라, 요네야마 미도리에게 줄줄이 1타차로 져 역전을 내주고 말았다.

신지애는 2번홀(파4)에서 버디 퍼팅을 하려던 순간 볼이 움직여 2벌타를 받는 통에 더블보기를 적어낸 것이 못내 아쉬웠다.

2라운드에서 박세리가 빠진 자리를 메우게 된 김미현은 "박세리의 투혼에 감사한다"며 "오늘 아쉽게 진 지은희, 안선주, 신지애가 일본의 간판 선수들에게 1타차로 아쉽게 졌는데 내일이 이들이 반드시 이기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일본 선수들은 이날 '필승(必勝)'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동여매고 나오는 등 더 이상 한국에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후쿠오카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