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6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기로에 섰다.

21일 오후 8시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바레인과 한 판 승부에서 이기거나 비기면 살아남고, 지면 그대로 벼랑에 떨어진다.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 티켓을 놓친다면 한국 축구는 엄청난 충격파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국내 축구 팬들은 메이저 대회 중 월드컵 다음으로 올림픽을 중시한다.

1988년 개최국 자격으로 서울올림픽에 자동 출전한 이후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본선에 나갔다.

벌써 20년이 흘렀다.

올림픽 출전 선수단에 축구팀이 빠지는 상황은 팬들에게 크나큰 실망으로 다가올 게 틀림없다.

박성화호와 바레인의 '안산 결전'은 그만큼 중요도가 높은 메가톤급 매치다.

팬들이 지켜볼 관전 포인트도 많다.

◇최종예선 15년 불패신화 '깨지면 안된다' = 한국 축구는 1992년 1월 바르셀로나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카타르에 0-1로 진 이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1992년 카타르에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은 뒤 바로 2연승했고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최종예선 4승1무, 2000년 시드니올림픽 최종예선 3승1무, 그리고 2004년 아테네행을 앞두고 최종예선 6전 전승을 이뤄냈다.

두 번 연속 답답한 원정 무승부로 비틀거리고 있지만 박성화호도 3승2무로 아직 무패다.

지난 15년 간 카타르전 패배 이후 최종예선 성적표는 18승4무로 다른 팀들을 압도한다.

지난 5월 베어벡호가 2차예선 예멘 원정에서 0-1로 진 적이 있지만 최종예선에선 패배의 기억이 없다.

이번 바레인전까지는 태극호가 패배란 단어를 떠올려선 안된다.

◇와∼스타디움에 '와∼' 함성을 =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있는 '와∼스타디움'은 독특한 이름의 경기장이다.

경기장측 설명으로는 '와'는 여러 의미를 갖는다.

'웰컴 투 안산', '월드 안산'의 머릿자를 따 와(WA)라고 붙였다고 한다.

또 관중의 열광적인 함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공식 명칭 뒤에 물결 무늬가 붙어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림픽호는 이 경기장과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지난 3월28일 개장 기념경기로 열린 올림픽 2차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핌 베어벡 전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대표팀은 한동원(성남)의 두 골로 깔끔한 2-0 완승을 이끌어냈다.

8개월 만에 다시 찾는 안산에서 승전보가 전해지길 팬들이 목놓아 기대하고 있다.

◇바레인 '열탕과 냉탕 사이' = 바레인은 지난 17일 수도 마나마에서 시리아와 최종예선 5차전 홈 경기를 치르고 곧장 한국으로 건너왔다.

페르시아만 서안 아라비아반도에 붙은 '열사의 섬' 바레인은 11월에도 최고 34∼35℃에 최저기온도 25℃를 웃돈다.

반면 11월 한파가 급습한 국내 기온은 이미 영하로 떨어졌다.

안산은 수도권에서도 추운 편인데 경기 당일 최저 -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레인 선수들은 그야말로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기분일 것 같다.

기온 차이가 30도가 넘으니까 적응이 쉽지 않을 듯하다.

그렇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200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나온 교훈이 있다.

당시 12월에 꽁꽁 얼어붙은 동장군 그라운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팀 알 이티하드를 맞이한 성남은 낙승을 예상했지만 5골 차로 대패하고 만다.

추워서 제대로 뛰지 못할 것이라던 중동 선수들은 칼바람에 아랑곳없이 펄펄 날아다녔다.

바레인도 추위에 얼어붙으리라고 섣불리 예상했다간 큰 코 다치기 쉬운 상대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