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창단과 함께 지역 밀착 마케팅을 펼쳐 온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인천 야구사에 새 이정표를 마련했다.

항구도시 인천은 102년째를 맞은 한국 야구가 처음으로 야구를 접해 발상지나 다름 없는 곳.
각별한 상징성을 띤 인천 연고 구단은 1982년 프로 원년 구단 삼미 슈퍼스타스 이후로 계속 존재해 왔지만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고 16년이 지난 1998년 현대 유니콘스가 첫 우승을 이뤘다.

현대는 당시 인천 도원구장에서 LG 트윈스를 물리치고 한국시리즈 첫 정상의 감격을 누렸다.

삼미-청보-태평양을 거치며 '안 좋았던 기억'이 더 많았던 인천팬에게 챔피언이라는 환희와 함께 잃었던 자존심을 되찾아줬다.

그러나 현대는 연고지를 서울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뒤 인천을 떠나 여러 사정으로 수원에 눌러 앉았다.

그 사이 2000년부터 인천의 새 주인이 된 SK가 올해 9년 만에 우승을 재현하고 화려한 인천 야구 시대를 열어 젖혔다.

특히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만년 꼴찌팀으로 낙인 찍혔던 태평양 돌핀스를 1989년 정규 시즌 3위로 끌어 올린 뒤 그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키며 인천 야구 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던 김성근 감독이 18년 만에 이룬 쾌거라 가치는 더욱 값지다.

연고지가 팀 명에 드러나는 미.일프로야구와 달리 한국프로야구는 원년부터 기업명을 앞세웠다.

후발주자 SK는 대신 프로야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응원구호로 '인천 SK'를 내세우며 지역 대표성을 부각시켰다.

2003년 조범현 당시 사령탑 재임 시절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7차전 승부 끝에 현대에 패해 '아름다운 2등'으로 남은 SK는 절치부심 승부사 김성근 감독을 영입한 올해 인천시, 선수단, SK 프런트가 삼위일체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인천 야구의 영화를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다.

SK가 2002년 개장, 8개 구단 홈구장 가운데 최신식 시설을 자랑하는 문학구장에서 우승 축배를 들었다는 점도 인천 야구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기록이다.

한국시리즈 규정상 정규 시즌 1위 SK는 1.2, 6,7차전을 홈에서 치르고 3~5차전을 두산의 홈 잠실구장에서 치렀는데 일이 잘 풀리려고 그랬는지 첫 두 경기를 내주고 잠실 원정 3경기를 모두 쓸어 담았고 분위기 대반전을 이루며 홈팬들과 우승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찬스를 잡았다.

문학구장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문학경기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당시 한국이 포르투갈을 누르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어 4강 신화의 시발점이 됐던 역사적인 장소.
인천 야구의 화려했던 시절을 간직한 도원구장을 대신해 2002년부터 '짠물 야구'의 메카로 자리 잡은 문학구장이 올해 SK의 우승으로 문학경기장과 함께 인천팬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는 기억 한 가지를 추가했다.

(인천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