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는 김재현..김성근, 감독데뷔 24년만에 첫 우승

`젊은 비룡' SK 와이번스가 마침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정규리그 1위팀 SK는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07프로야구 한국시리즈(4선승제) 6차전에서 선발 채병용이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는 가운데 정근우의 역전 2점홈런과 김재현의 굳히기 솔로아치 등을 앞세워 5-2로 짜릿한 승리를 낚았다.

이로써 SK는 초반 2연패 뒤에 파죽의 4연승을 거둬 팀 창단 8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차지했다.

지난 2000년 막내구단으로 출범한 SK는 2003년 처음 한국시리즈에 올라 현대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아쉽게 3승4패로 패해 8개구단 중 유일하게 우승반지가 없는 구단으로 남아 있었다.

또한 인천 연고구단으로는 1998년 현대 유니콘스이후 9년만에 패권을 차지한 SK는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로 1,2차전을 모두 지고도 역전 우승을 차지하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는 초반 2연승을 거둔 팀이 11차례 모두 우승했지만 두산이 아쉬운 역전패의 첫 희생양이 됐다.

두산은 또 2000년 현대에게 3연패를 당한 뒤 3연승을 거둬 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 갔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문 적도 있었다.

최종 6차전에서 승기를 잡는 솔로홈런을 터뜨린 김재현은 경기 직후 벌어진 기자단 투표에서 총 71표 중 압도적인 65표의 지지를 받아 프로데뷔 14년만에 첫 한국시리즈 MVP의 영광을 차지했다.

5차전에서도 결승 3루타를 날린 김재현은 이번 시리즈에서 22타수 8안타로 타율 0.364, 2홈런, 4타점으로 SK 공격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올시즌 SK 사령탑에 오른 김성근(65) 감독은 감독 데뷔 24년만에 우승컵을 차지하는 감격에 목이 메였다.

1984년 OB(두산의 전신)의 지휘봉을 맡아 1988년까지 이끈 김 감독은 이후 태평양(1989~1990), 삼성(1991~1992), 쌍방울(1996~1999), LG(2001~2002)를 거쳤고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2005-2006) 코치까지맡은 뒤 국내에서 여섯 번째 사령탑에 오른 SK에서 24년 묵은 한(恨)을 기어코 풀게 됐다.

채병용과 임태훈이 선발 대결을 펼친 6차전은 벼랑에 몰린 두산이 먼저 선취점을 뽑았다.

올시즌 단 한번도 선발등판이 없었던 `특급 허리' 임태훈을 선발투수로 기용해 `배수의 진'을 친 두산은 1회초 김현수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김동주가 좌선상 2루타를 날려 1-0으로 앞섰다.

그러나 두산은 3회초 민병헌의 중전안타와 이종욱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의 찬스에서 김현수가 병살타로 물러나 추가득점에 실패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위기에서 벗어난 SK는 공수 교대뒤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돌아선 3회말 1사 뒤 최정이 우전안타를 치고나가자 1번 정근우가 볼카운트 2-1에서 임태훈의 4구째 가운데로 쏠린 125㎞짜리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좌측 펜스를 살짝 넘겨버렸다.

단숨에 문학구장 분위기를 바꿔버린 역전 2점홈런.
기세가 오른 SK는 2사 뒤 김재현이 다시 우중간 펜스를 넘어 외야스탠드 중단에 꽂히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김재현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고 문학구장은 뜨거운 함성속에 붉은 물결이 요동치며 스코어는 3-1로 벌어졌다.

2점차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SK는 8회말 1사 뒤 나주환이 좌전안타로 2사 2사를 만든 뒤 최정과 조동화가 잇따라 적시타를 터뜨려 5-1로 달아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두산은 9회말 2사 뒤 대타 유재웅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한 뒤 전상열이 우익선상 2루타를 날려 2,3루의 계속된 찬스를 잡았으나 이종욱이 삼진으로 돌아서며 고개를 떨궜다.

마운드 운영에서 두산을 압도한 SK는 선발 채병용에 이어 6회부터 조웅천-가득염-정대현으로 이어지는 특급 불펜을 가동해 팀 승리를 끝까지 지켰다.

SK 팀 타선은 3차전부터 4경기 연속 두자릿수 안타를 뽑아내며 막강한 화력을 과시했다.

단 한명의 올스타와 타이틀 홀더도 없이 우승을 이끌어낸 SK는 11월8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 한국 대표로 나서게 됐다.

반면 플레이오프에서 한화를 완파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 1,2차전에서 연승을 거뒀던 두산은 3차전부터 갑자기 타선이 집단 슬럼프에 빠진 가운데 믿었던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마저 4차전에서 무너져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인천연합뉴스) 천병혁 이동칠 장현구 노재현 김윤구 기자 shoeless@yna.co.krchil8811@yna.co.krcany9900@yna.co.krnojae@yna.co.kr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