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33.주니치 드래곤스)의 우승 한(恨)풀이가 일본 땅에서는 이뤄질 수 있을까.

주니치 드래곤스와 니혼햄 파이터스가 격돌하는 일본프로야구 최정상 결정전 일본시리즈가 27일 오후 6시15분 니혼햄 홈구장 홋카이도현 삿포로 돔에서 시작된다.

양팀은 2년 연속 일본시리즈에서 맞붙는데 지난해 1승4패로 패퇴한 주니치가 니혼햄에 설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주니치는 센트럴리그 2위에 그쳤으나 처음으로 도입된 포스트시즌에서 리그 우승팀 요미우리를 꺾고 일본시리즈 진출권을 따냈다.

니혼햄은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 통합 우승을 차지한 퍼시픽리그 최강팀.
올해 인터리그에서도 니혼햄이 3승1패로 주니치를 앞섰다.

니혼햄이 1962년과 지난해 두 차례 일본 최정상을 밟았고 주니치는 1954년 첫 정상에 등극한 뒤 53년 간 감감 무소식이다.

일본인보다 더 세밀한 야구를 한다는 트레이 힐만 니혼햄 감독과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 오치아이 히로미쓰 주니치 감독의 자존심 싸움도 치열하다.

특히 미국프로야구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으로 최근 선임된 힐만 감독이 일본에서 사실상 마지막 경기인 일본시리즈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지 주목된다.

또 주니치가 니혼햄을 꺾는다면 2005년 지바 롯데 마린스에 이어 두번째로 리그 2위 팀이 일본시리즈 정상에 오르게 된다.

일본 규정에 따르면 2005년 지바 롯데 마린스는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소프트뱅크를 물리치고 일본시리즈에 진출해 퍼시픽리그 우승팀으로 인정받은 반면 올 해 주니치는 요미우리를 격파했지만 리그에서는 2위로 결정됐다.

그럼에도 롯데나 주니치나 리그 2위팀이 1위팀을 물리치고 일본시리즈에 오른 것은 마찬가지.
양팀의 명운이 달린 가운데 요미우리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3루타와 홈런 등으로 3타점을 올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이병규가 상승세를 이어갈지 흥미롭다.

1997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이병규는 그해와 1998년, 2002년 등 세 차례 한국시리즈를 치렀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쳐 우승 반지를 끼지 못했다.

일본 진출 첫 해 일본시리즈까지 오른 이번이 꿈을 이룰 적기다.

경기가 열리는 삿포로 돔과 나고야 돔이 모두 요미우리와 일전을 벌인 도쿄돔보다 훨씬 커 이병규가 홈런을 쏘아 올릴 가능성은 적지만 빠른 발을 앞세워 직선타성 타구를 양산한다면 2루타 이상 장타로 팀 승리에 기여할 공산은 크다.

타선 파괴력은 주니치가, 마운드는 니혼햄이 우세하다.

주니치는 팀 홈런(121-73), 득점(623-526)에서 모두 니혼햄을 앞선다.

4번 거포 타이론 우즈를 필두로 아라키 마사히로, 이바타 히로카즈, 모리노 마사히코, 나카무라 노리히로, 이병규까지 짜임새 있는 타선이 돋보인다.

반면 니혼햄은 파워 투수 다르빗슈 유(15승)와 라이언 글린, 다케다 마사루(이상 9승)가 선발 주축이다.

이란계 일본인 다르빗슈는 탈삼진 1위(210개), 평균자책점 2위(1.82)에 오른 최정상급 투수.
니혼햄 선발진은 승수는 적지만 평균자책점이 2점대 초반으로 우수하고 불펜진도 수준급이다.

주니치는 베테랑 가와카미 겐신(12승)을 비롯해 나카타 겐이치(14승), 아사쿠라 겐타(12승) 등이 나서는데 승수는 많으나 평균자책점이 3점대 중반이어서 센트럴리그보다 훨씬 공격적인 퍼시픽리그 타자들에게 과연 통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