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 장소를 고르라면 한국을 선택하겠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별들의 잔치'에 초대돼 나흘 내내 상위권을 달린 끝에 공동3위에 입상한 안젤라 박(19.LG전자)은 이렇게 모국에 대한 애틋한 애정을 표시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은 놓쳤지만 19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에서 꼭 우승컵을 차지해 고국 팬들에게 멋진 귀국 인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신인왕을 차지한 안젤라 박은 브라질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모두 한국인.

9살 때 미국으로 건너와 살고 있는 안젤라 박은 포르투갈어, 영어는 물론 한국어도 아주 유창하게 구사한다.

스페인어도 능숙하지는 않지만 알아 듣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고향이 북한이고 단신으로 월남한 탓에 한국엔 친척이 없어 한국에 가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나마 이번 경주 방문이 5년만에 한국을 찾는 것이다.

그렇지만 안젤라 박은 "부모님이 늘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하셨어요"라며 "그래서인지 민나온, 박인비, 김인경 등 또래 한국 선수들이랑 아주 친하다"며 동포에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젤라 대신 한국 이름 박혜인이라고 신문에 써주셔도 돼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젤라 박은 성격이 활달하고 어린 나이 답지 않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 덕에 한국 선수 뿐 아니라 각국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LPGA 투어 스태프에게도 인기가 좋다.

한국 핏줄을 타고 났지만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세계인'의 자질을 타고 난 셈이다.

아버지 박경욱(57)씨도 "안젤라는 행운아입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여러 나라 문화와 언어를 자연스럽게 배웠으니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골프 선수 안젤라 박은 "골프를 직업으로 선택했으니 다른 길이 없다"면서 "최고가 되겠다"는 강한 목표 의식이 분명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주니어 시절부터 늘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라며 자신의 능력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안젤라 박은 2부투어에서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따지 못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로 선수가 된 뒤에는 이왕 하게 된 것이니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갖게 됐고 대회가 끝나면 늘 잘잘못을 분석하고 다음에는 고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젤라 박의 '롤모델'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실력도 뛰어나지만 인격적으로 훌륭하기 때문"이라며 "나도 실력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5위 안에 입상하면 1천500달러를 자선 기금으로 내놓고 있다는 안젤라 박은 "성공하면 브라질에 살고 있는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미국에 모셔오고 싶다"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삶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팜데저트<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