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식욕의 계절. 제철 맞은 먹거리도 풍성해져 식탐이 유난히 발동한다. 살이 오르고 기름이 잘잘 흐르는 진미들이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청명한 가을이 주는 만족감만큼이나 행복한 포만감을 안겨줄 먹거리를 소개한다.



낙지=낙지는 '뻘 속에서 건져낸 인삼'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에 버금간다'고 적고 있다.

세발낙지는 10∼11월에 가장 맛있다.

발이 가늘다(細)고 해서 이름 붙여진 세발낙지는 나무젓가락으로 돌돌 말아 산 채로 먹는다.

무안이나 목포에서 즐겨 먹는다. 산 채로 먹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나온 것이 '기절낙지'다. 낙지의 미끌미끌한 점액질을 깨끗이 씻기 위해 대소쿠리에 넣고 박박 문지르면 낙지는 기절을 한다. 몸통은 잘라내 끓는 물에 데친다. 축 늘어진 다리는 양념한 뒤 깨를 뿌려서 접시에 올린다.

젓가락으로 툭 건드리면 정신이 드는지 꿈틀대기 시작한다.

'낙지 호롱구이'도 있다.

호롱은 볏짚의 사투리로 낙지를 볏짚에 돌돌 말아서 삶은 다음 양념을 발라 구운 것이다.

무안에서는 청계면 구로리의 구로횟집(061-453-1250),망운면 목동리의 곰솔가든(061-452-1073),망운면 목서리의 제일횟집(061-452-1139),무안읍 성동리의 하남식당(061-453-5805),무안읍 성남리 향림횟집(061-453-2055) 등이 유명하다.

목포의 세발낙지는 죽교동의 뚱보횟집(061-244-4508),산정동의 신별미정(061-243-1977),용당2동의 호산회관(061-278-0050) 등이 알려져 있다.

'갈낙탕'은 전남 영암이 유명하다.

학산면 독천리의 독천식당(061-472-4222)이 원조다.

갈낙탕은 갈비와 갯벌 낙지의 맛을 조화시킨 음식이다.

양념한 갈비를 큰 뚝배기에 넣고 육수를 부어 갖은 재료와 함께 끓인다.

이어 낙지를 넣으면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목포 호남동에 있는 독천식당(061-242-6528)도 갈낙탕을 잘한다.

충남 태안에서는 박속낙지,밀국낙지를 맛볼 수 있다.

박속낙지는 무처럼 생긴 박속으로 우려낸 국물에 산낙지를 넣고 끓인 연포탕이다.

국물 맛이 시원하다. 다 먹고 난 후 끓고 있는 국물에 밀국(칼국수)을 넣는다.

이것을 '밀국낙지'라 부른다.

원북면 반계리의 원이식당(041-672-5052)과 원풍식당(041-672-5057),이원면 포지리의 이원식당(041-672-8024) 등이 유명하다.

송이버섯=어떤 음식과 만나도 그 음식의 풍미를 높여주는 것이 송이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송이버섯을 잘게 찢어 살짝 익혀 먹으면 그 향과 맛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추억이 된다.

밥에 넣어 먹어도 되고 칼국수나 죽 등 한식과 양식,일식 어느 요리에도 송이버섯은 '화룡점정'의 역할을 해낸다.

그래서 국산의 경우 1㎏에 30만∼40만원을 넘는 '살인적인 가격'에도 가을만 되면 송이버섯을 찾도록 만든다.

강원도 양양에서 저렴하게 송이버섯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송이골(033-672-8040)을 추천한다.

비교적 싼 가격에 송이버섯을 맛볼 수 있다.

송이돌솥밥(1만5000원)의 경우 돌솥밥 위에 잘게 썬 송이버섯이 전부이지만 그런 대로 그 향을 느낄 수 있다.

딸려 나오는 반찬도 그런 대로 괜찮다.

2인분 이상만 주문이 가능하다.

송이칼국수(6000원)도 있다.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송이버섯을 먹으려면 주로 등불(033-671-2500)과 이모네숯불갈비(033-671-2959)를 많이 찾는다.

북한산은 1㎏에 15만원 정도를 줘야 하고 양양산은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만 한다.

송이버섯마을(033-672-3145)의 송이전골도 괜찮다.

새송이 표고 느타리 팽이 등 갖은 버섯에 송이버섯이 첨가된다.

칼국수 사리를 넣어서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어도 된다.

경북 봉화군에서는 봉화읍 근처의 용두식당(054-673-3144)에서는 '송이돌솥밥'이 인기다.

송이전골,송이구이 등도 있다.

다덕약수탕 앞 36번 국도변에 있는 봉화 옥류관(054-672-6666)은 '송이간고등어구이정식'(8000원)이 괜찮다.

춘양목 송이버섯 솔잎으로 숙성해 비린 맛을 없앴다고 한다.

반으로 갈라 노릇하게 구운 고등어 위에 얇게 썬 송이버섯이 고명처럼 올려져 나온다.

인근의 초가집 식당(054-673-9981)에서는 송이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경북 울진의 '남양숯불갈비'(054-783-2357)는 송이버섯 전문 식당으로 '돌판 갈비살 송이구이' '송이전골' 등을 먹을 수 있다.

한우=소고기 300g을 8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팔고 있는 강원도 영월 섶다리마을의 '다하누촌'(033-372-0121)을 들러보자.중앙고속도로 신림나들목으로 나와 주천면 방면으로 20분가량 가면 나온다. 한우 황소는 300g에 8000원,한우 암소는 300g에 1만6000원이다.

고기를 사서 주변의 식당에서 '테이블 세팅비'로 1인당 2500원을 내고 돌판에 구워 먹을 수 있다. 주말이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경주에는 '화산불고기단지'가 유명하다.

서울에서는 1인분에 최소한 3만∼4만원은 지불해야 맛볼 수 있는 질 좋은 한우를 절반 값인 1만5000∼1만7000원에 먹을 수 있다.

'옛날경주암소숯불'(054-776-8300),'고향숯불갈비'(054-774-0962) 등이 있다.

충남 아산시 염치면에는 '정육점 식당'들이 즐비하다.

이곳에서는 질 좋은 한우를 저렴하게 팔고 있다.

'경동식당'(041-543-7117),'염치식당'(041-542-2768),'큰고개정육식당'(041-541-3391) 등이 알려져 있다.

울산 언양에는 불고기집이 40여곳에 달한다.

새끼를 낳은 35개월 이상된 한우 암소를 사들여 3개월 이상 영양 보충을 시킨 고기를 낸다고 한다. 살코기를 다져 양념한 불고기를 석쇠에 올려 숯불에 굽는다.

언양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의 '삼거리불고기'(052-262-1322)가 유명하다.

봉계는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숯불에 구워 먹는 소금구이가 인기다.

봉계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종점식당'(052-262-7279)이 있다.

대전 금산군 복수면의 한우 생고기 구이 마을도 유명하다.

원조계룡 한우숯불구이(041-752-8048),복수청정한우(041-751-2403) 등이 있다.

전북 정읍 산외마을은 온 동네가 정육점이다.

고기를 사 가거나 주변 식당에서 '테이블 세팅비'를 내고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

등심 가격이 한 근에 2만원을 넘지 않는다.

50여개 업소가 비슷한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다.

국밥=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허해진 속을 따뜻하게 채워줄 국 한그릇이 그리워진다.

전국에서 먹어볼 만한 '국밥 한 그릇'은 뭐가 있을까.

경남 통영에 가면 '시락국밥'이 있다.

장어머리를 푹 곤 국물에 무청과 된장을 넣어 끓인 것이다.

시락국에 산초와 비슷한 제피가루와 김가루 청양고추 부추무침 등을 첨가해 먹는다.

말이국밥,따로국밥으로 나뉘어 있다.

원조시락국(055-646-5973),가마솥(055-646-8843) 등이 있다.

전북 남원의 '새집'(063-625-2443)은 50년 전통을 가진 남원추어탕의 원조다.

섬진강 지류의 미꾸라지와 지리산 고랭지 시래기를 사용해서 만든다고 한다.

현지인들은 예년만 못하다는 불평도 한다.

남원MBC 옆에 있다.

경남 산청에는 '어탕국수'라는 것이 있다.

붕어 쏘가리 피라미 미꾸라지 등을 모아 푹 끓여낸 육수에 국수를 삶는다.

비릿하지 않고 얼큰하다.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해진다.

늘비식당(055-972-1903)을 찾으면 된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가면 '입질네어죽'(041-337-5989)의 '어죽'을 맛보자.붕어 피라미 등 잡고기를 푹 삶아서 뼈를 골라낸 후 고추장 양념을 해서 국수와 쌀을 넣어 만든 죽이다.

충북 수안보는 올갱이해장국이 유명하다.

올갱이에다 밀가루나 달걀을 입힌 뒤 아욱과 부추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 만든다.

투가리식당(043-846-0575),서울뚝배기집(043-846-0381)이 괜찮다.

강원도 양양에선 '뚜거리탕'을 놓치면 안된다.

인근 남대천에 서식하는 뚜거리라는 자그마한 생선을 잡아 된장 고추장 등을 넣어 푹 끓인 것이다.

월웅가든(033-671-3049)을 추천한다.

전북 전주에는 민물고기를 넣고 끓인 피라미탕이 있다.

한벽집(063-284-2736),화순집(063-284-6630),남양집(063-284-1912),김제집(063-288-0588) 등이 몰려 있다.

충남 태안에는 염장해 말린 우럭의 살을 뜯어 두었다가 쌀뜨물에 두부 등을 넣어 끓인 '우럭젓국'이 알려져 있다.

태안읍내 '토담집'(041-674-4561)이 오래됐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