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18.경기고)이 자유형 100m 50초 벽을 드디어 넘어서며 한국 수영의 오랜 염원을 풀었다.

한국 선수가 자유형 100m에서 1분 벽을 깨뜨린 건 1963년.
주인공은 김봉조 전(前) 대한수영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이었다.

일본강점기 조선수상경기협회가 해방 다음 해 조선 수상경기연맹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탄생한 현 연맹(1966년 개칭)이 한국선수 기록을 관리한 지 17년이 지나 김봉조 전 위원장이 동아수영대회에서 59초10을 기록하면서 1분의 견고한 벽을 넘어섰다.

이처럼 1분 벽을 넘어선 한국 수영이 10초를 더 당겨 50초 벽을 무너뜨리기까지는 무려 44년이 걸렸다.

박태환이 13일 광주 염주수영장에서 열린 제88회 전국체전 자유형 100m 남고부 결승에서 드디어 49초32에 터치패드를 힘차게 두드린 것.
한국 수영의 49초대 진입에 대한 오랜 염원을 마침내 달성한 쾌거다.

한국 수영은 2000년 9월 시드니올림픽에서 김민석이 50초 대에 진입할 때만 해도 49초 대에 들어가는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봤다.

당시 국내 단거리 자유형 일인자였던 김민석은 같은 해 3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51초14로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는데 6개월 만에 0.65초나 앞당긴 것이다.

그러나 한국 수영은 금세 달성될 것 같던 49초대 진입을 보기 위해 다시 7년을 기다려야 했다.

이는 박태환이라는 '수영 기린아'의 등장으로 가능했다.

김민석의 기록이 6년이나 묵었을 때인 지난해 6월 박태환은 울산에서 열린 경영국가대표 공인기록회에서 50초39에 골인하며 0.10초를 앞당겼다.

남은 건 50초 벽을 넘어서는 것이었지만 박태환은 작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50.02로 0.03초가 모자라는 바람에 49초대에 들어서지 못했다.

장거리 전문이었기 때문에 자유형 400m나 1,500m에 주력하고 단거리에서도 200m만 뛰었을 뿐 100m는 아예 뛰지 않았던 박태환은 그러나 10개월 만에 다시 도전한 100m에서 자신이 장거리, 단거리를 통틀어 자유형 국내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이제 한국 수영은 아시아기록(48초91)인 48초대를 다시 목표로 설정하게 됐다.

하지만 이 기록이 언제 깨질 지는 기약이 없다.

기록 경신이 가장 유력한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2관왕을 노리고 있어 언제 다시 100m에 도전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