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20명만 출전...한국계 선수 8명 출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별들의 파티'로 불리는 삼성월드챔피언십이 12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골프장 캐년코스(파72.6천645야드)에서 막을 올린다.

삼성월드챔피언십은 200여 명이 넘는 LPGA 투어 선수 가운데 단 20명만 출전할 수 있고 이들은 컷없이 4라운드 경기를 치러 상금 100만달러를 나눠갖는다.

총상금 규모는 그리 많지 않으나 출전 선수가 20명에 불과해 우승 상금은 메이저대회에 못지 않은 25만 달러에 이르며 꼴찌에게도 1만2천499달러가 돌아간다.

작년까지 87만5천 달러였던 총상금은 올해 12만5천달러가 늘어나 우승상금 3만1천250달러가 불어났다.

출전 자격은 작년 우승자, 작년 상금왕, 작년 시즌 평균타수 1위, 그리고 올해 4개 메이저대회 우승자에게 우선권을 주고 남은 자리는 시즌 상금랭킹에 따라 주어진다.

그리고 유럽여자프로골프(LET) 상금 1위 선수에 단 1명의 초청 선수가 추가된다.

올해는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작년에 이 대회 우승과 상금왕, 평균타수 1위, 올해 메이저대회(브리티시여자오픈) 재패 등으로 4가지 출전 자격을 갖춘 덕에 상금랭킹 18위까지 출전권이 돌아갔다.

1명 뿐인 초청 선수 몫은 '천만달러의 소녀' 위성미(18.나이키골프)가 4년 연속 차지했다.

이 대회에 12년 동안 개근했고 다섯차례나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어떤 출전 자격도 갖추지 못해 특별 초청을 받았지만 '다른 선수 출전권을 빼앗기 싫다'며 고사했다.

대회 관전 포인트는 역시 새로운 골프 여제 오초아의 타이틀 방어 여부에 모아진다.

올해 네차례 밖에 우승이 없는 '코리언 시스터스'가 다섯번째 투어 대회 정상에 서려면 오초아를 넘어야 한다.

장타를 앞세워 오초아의 대항마로 등장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코리언 킬러' 크리스티 커(미국), '싸움닭' 모건 프레셀(미국) 등도 만만치 않은 적수들이다.

'코리언 시스터스'는 이 대회에서 우승 맛을 봤던 박세리(30.CJ)와 노련미가 더해지고 있는 김미현(30.KTF), 그리고 신인왕을 확정지은 안젤라 박(19)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화려한 출전 선수 명단
'별들의 파티'답게 출전 선수 명단은 올해 LPGA 투어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스타 플레이어로 채워졌다.

시즌 여섯차례 우승과 사상 첫 시즌 상금 300만달러 돌파 등 2007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오초아가 가장 두드러진다.

올해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페테르센, 커, 프레셀 등 3명은 상금랭킹 2위, 5위, 7위를 달리고 있어
메이저대회 우승컵이 아니라도 이 대회 출전권을 거뜬히 따낼 수 있었던 강호들이다.

상금 3위 폴라 크리머(미국), 4위 김미현, 6위 이선화(21.CJ), 8위 이지영(22.하이마트), 9위 안젤라 박, 10위 브리타니 린시컴(미국) 등 상금 10걸 가운데 한명도 빠지지 않았다.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박세리와 2005년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장정(27.기업은행), 일본의 자존심 미야자토 아이, 올해 강자의 면모를 새롭게 갖춘 스테이시 프라마나수드(미국)와 마리아 요르트(스웨덴) 등도 출전자에 포함됐다.

이번 대회 출전자 20명은 올해 24개 대회가 치러진 LPGA 투어에서 모두 19승을 합작했다.

20명의 출전자가 모두 우승 후보나 다름없는 셈이다.

다만 이 대회 단골이던 소렌스탐과 줄리 잉스터(미국), 카리 웹(호주)이 출전 자격을 따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오초아와 '나머지 19명'의 우승 경쟁
오초아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을 계기로 상금왕과 다승왕, 시즌 평균 타수 1위 등을 굳히며 새로운 '골프여제'의 등장을 알렸다.

2005년까지 3년 동안 세차례 우승에 그쳤던 오초아는 지난해 이 대회를 제패하면서 시즌 5승을 챙겼고 상금왕 경쟁에서 선두를 사실상 확정했다.

이후 한번 더 우승을 보태며 시즌을 마감했던 오초아는 올해 아예 독주체제를 갖췄다.

시즌 여섯번 우승으로 작년에 거뒀던 승수와 어깨를 나란히 한 오초아는 상금 300만달러 돌파로 2위 페테르센에 무려 175만 달러 가량 앞섰다.

장타 5위(271.5야드), 그린 적중률 1위(77.2%), 평균 타수1위(69.83타), 버디 1위(314개), 이글 1위(12개) 등 모든 부문에서 선두에 올라 있는 오초아는 다른 선수들에게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여겨진다.

이런 빼어난 기량을 앞세워 21차례 대회에서 딱 세번 밖에 '톱10'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는 오초아지만 그러나 모든 대회에서 모조리 우승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아직도 승부처에서 결정타를 날리는 방법이 서툰데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플레이로 스스로 경기를 망치곤 하는 버릇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오초아의 빈틈이다.

이 대회에 앞서 롱스드럭스챌린지에서 오초아를 연장 접전 끝에 꺾은 페테르센이 '나머지 19명' 가운데 가장 돋보이지만 18명의 선수들도 이런 틈을 파고 들면 우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사상 최다 출전 '코리언 시스터스'
출전 선수 가운데 40%에 이르는 8명의 '코리언 시스터스'는 오초아의 대회 2연패를 저지할 유력한 후보들이 즐비하다.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는 이 대회와 인연이 깊은 박세리.
1998년 LPGA 투어에 진출한 이후 해마다 이 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하면서 1999년 우승의 감격까지 누렸던 박세리는 2년 동안 슬럼프를 겪으면서 2005년 처음으로 결석했다.

작년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을 제패하며 재기를 알린데 이어 올해도 제이미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생애 통산 스물네번째 우승컵을 안았던 박세리는 명예의 전당 입회라는 커다란 선물까지 받아 한결 여유가 넘친다.

큰 대회에 강한 박세리는 8명의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임에 틀림없다.

아직 우승은 없지만 신인왕을 확정지은 뒤 심리적으로 편안해진 브라질 교포 안젤라 박도 눈여겨봐애 할 선수이다.

안젤라 박은 LPGA 투어에 입문한 뒤 근거지를 플로리다로 옮겼지만 골프채를 처음 잡았던 9살 때부터 10년을 대회가 열리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골프를 배워 첫 출전이지만 코스가 익숙하다.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김미현과 지난해 첫 출전해서 공동8위에 올랐던 이선화, 아직 시즌 첫 우승을 신고하지 못한 장정과 이지연, '우승 갈증'에 목마른 이정연도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다.

▲명예회복 나선 위성미
위성미는 삼성월드챔피언십과 인연이 깊다.

2004년 아마추어 선수로 처음 빅혼골프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위성미는 프로 데뷔 무대였던 2005년 대회 때 단독 4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둬 화려하게 프로 선수로 등장할 참이었으나 실격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작년에도 초청 선수로 출전한 위성미는 20명 가운데 17위에 그쳐 '천재소녀'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

이후 출전하는 대회마다 망신스러운 스코어와 기권으로 이어지며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위성미는 4년 연속 초청을 받았지만 올해는 더 따가워진 눈총을 견뎌야 할 처지다.

소렌스탐이 출전권을 고사한 반면 위성미가 받아쥔 데 대해 일부 언론은 '위성미가 출전을 포기했다면 나탈리 걸비스가 나올 수 있었다'며 은근히 비꼬는 투로 보도하기도 했다.

따라서 위성미는 이번 대회에서 한때 남자 대회에서도 통한다는 찬사를 얻었던 기량을 보여주지 않으면 입지가 더 좁아질 전망이다.

지난 8월 세이프웨이클래식 이후 두달 가량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위성미는 손목 부상 후유증은 벗어났을 지 모르나 실전 감각 회복이 관건이다.

대회 때마다 경기장에서 생일을 보낸 위성미는 올해도 대회 1라운드가 열리는 12일에 열여덟번째 생일을 맞는다.

▲스타 플레이어의 경연장 빅혼골프장
빅혼골프장은 캘리포니아주 최대의 휴양 도시인 팜스프링스 지역에서 손꼽히는 명문 골프장이다.

팜데저트는 란초미라지, 인디언웰스 등 골프장과 온천, 카지노,쇼핑센터 등을 끼고 있는 여러 도시가 모인 이른바 팜스프링스 지역의 일원이다.

빅혼골프장은 PGA 투어 대회를 열기에는 관람객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지만 코스 주변 풍광과 코스 설계, 그리고 관리상태가 빼어나 이벤트 대회를 통해 골프팬들에게 자주 선을 보였다.

특히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선수를 불러 치른 '빅혼의 결투'라는 이벤트는 빅혼골프장을 세계 골프팬들에게 소개하는 계기가 됐다.

전형적인 사막형 코스인 빅혼골프장은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덤불과 선인장이 드문드문 서 있을 뿐 자갈과 맨땅이 섞여 있는 곳에서 볼을 쳐야 한다.

페어웨이 중간 중간이 계곡으로 끊어져 있어 심리적인 위축감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이다.

6천645야드의 전장도 LPGA 투어 대회 코스치고는 긴 편이다.

하지만 페어웨이가 비교적 널찍하고 러프도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아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에게는 어렵지 않게 타수를 줄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04년과 2005년 우승 스코어가 18언더파, 그리고 작년에는 16언더파에 이르렀다.

한편 빅혼골프장을 끼고 있는 호화주택단지에 소렌스탐, 박세리, 그리고 위성미가 집을 갖고 있는 이웃사촌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