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에서 방향이 중요한가,세기(스피드)가 중요한가.

'닭이 먼저냐,계란이 먼저냐'는 명제처럼 견해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많은 교습가들과 프로골퍼들은 "퍼트는 세기를 정한 다음 방향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기가 방향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세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일단 볼이 홀을 지나치게 쳐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같지만,'볼이 홀에서 얼마나 가서 멈춰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십인십색이다.

어느 정도가 좋을까.


◆홀에서 21인치(약 53cm) 지날 만큼 쳐야:아널드 파머,톰 왓슨처럼 공격적인(charge) 퍼트를 하는 골퍼에게서 볼 수 있는 거리다.

자신감이 넘쳐 과감하게 퍼트하는 것은 좋으나 아마추어들에게는 안 들어갈 경우 '리턴 퍼트'의 부담이 있고 과학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 세기로 치면 볼은 스퀘어로 컵의 뒤쪽에 정확히 맞아야 홀로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 플레이어는 홀의 직경(4.25인치)을 사실상 볼의 직경(1.68인치)으로 축소시켜버리는 셈이다.


◆홀에서 17인치(약 43cm) 지날 만큼 쳐야:미국항공우주국(NASA) 과학자 출신으로 현재는 쇼트게임 교습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데이브 펠즈가 주장하는 거리다.

펠즈는 이 정도 세기로 치면 두 가지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홀을 지나치도록 퍼트하면,홀 주변의 보이지 않는 울퉁불퉁한 '장벽'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다는 것.실패할 경우 다음 퍼트도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거리다.

그래서 펠즈는 이를 '17인치 룰'로 명명하며 아마추어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홀에서 4인치(약 10cm) 지날 만큼 쳐야:퍼트의 '명수'인 잭 니클로스,벤 크렌쇼,보비 로크에게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이른바 '다이(die) 퍼트'다.

볼이 가까스로 홀을 지나칠 정도의 세기로 치면 볼이 홀 언저리를 지나가다가 절반 이상만 홀에 걸려도 홀 속으로 떨어진다는 것.그러면 홀 직경은 5.75인치(4.25인치+1.68인치)로 커지는 셈이다.

그 정도로 세밀하게 칠 수만 있다면,그만큼 '실수에 대한 마진'도 커진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각자 스타일이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아마추어들은 평이한 라인에서는 17인치를 따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급격한 내리막이나,그린이 빠를 때는 4인치가 적당해 보이나,부단한 연습을 통한 정교함이 요구된다.

그런가 하면 먼 거리 퍼트에서는 볼이 홀을 지나치지 않더라도 다음 퍼트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홀에 근접시키는 '래그(lag) 퍼트'가 바람직할 수도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