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중 상대 팀 서포터즈의 야유에 격분하여 관중석으로 뛰어들었던 '반지의 제왕' 안정환(31.수원 삼성)에게 벌금 1천만원 부과의 징계가 내려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2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어 지난 10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2군 리그 경기 도중 FC서울 서포터즈의 야유를 참지 못하고 경기장을 이탈해 관중석으로 갔던 안정환에게 출전정지 없이 벌금 1천만원으로 징계를 결정했다.

프로축구연맹 남궁용 상벌위원장과 김용대 심판위원장, 이풍길 경기위원장, 당시 경기감독관을 맡았던 최두열 경기부위원장 등 네 명으로 구성된 상벌위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축구회관 5층에서 안정환과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FC서울 관계자로부터 진술을 들었다.

상벌위는 참고인 진술을 청취한 뒤 사건 당시 경기 비디오 장면을 꼼꼼히 검토하면서 징계 수위에 대해 논의했다.

남궁용 상벌위원장은 회의 직후 "(안정환은) K-리그 구성원으로서 선수가 해서는 안 될 행위를 저질렀다"며 "프로축구연맹 상벌규정 제3장 19조 1항에 있는 '경기장 내외에서 K-리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를 적용해 벌금 1천만원으로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정환 선수에게 내려진 벌금 1천만원은 K-리그 징계 사상 벌금 액수로는 역대 최고다.

또한 남궁용 위원장은 "벌금과 함께 수원 삼성 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도록 했다"며 "모범을 보여야 할 선수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한 가중처벌"이라고 덧붙였다.

출전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선 "안정환이 관중석에 올라갔지만 욕설.폭행 등의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FC서울 관계자들도 이 부분에 동의했다"며 "비신사적 행위가 없었던 만큼 벌금으로만 징계를 끝냈다"고 전했다.

남궁용 위원장은 안정환에게 '네거티브 응원'을 펼친 FC서울 서포터즈의 처벌 문제에 대해 "FC서울 관계자들과 논의 결과 특정 선수를 향한 사적인 비방은 사라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앞으로 K-리그 구단들과 뜻을 모아 응원문화를 바꿔나가도록 힘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 직후 낸 보도자료를 통해 "인과 관계를 떠나 선수는 팬을 존중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라도 선수가 경기 중 그라운드를 벗어나 팬에게 직접 항의하는 불미스러운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맹은 그러나 "팬들이 선수나 심판에게 야유를 하는 것도 경기의 한 과정으로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도를 지나친 행위와 욕설은 인정할 수 없다. 팬들의 성숙한 관전문화도 필요하다"며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애정이라며 상대 선수의 경기력과 상관없는 사적인 부분까지 거론해 일부러 흥분시키는 행위는 중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