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33.주니치 드래곤스)가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한국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이병규는 4일 나고야 돔에서 벌어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중견수 겸 6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3-0으로 앞선 5회 말 1사 만루에서 상대 팀 선발투수 다카하시 히사노리(32)의 두 번째 공을 잡아당겨 우측 펜스를 넘기는 비거리 125m짜리 그랜드슬램을 날렸다.

지난달 28일 요코하마전 6호 아치에 이어 1주 만에 터진 시즌 7호이자 일본 진출 첫 만루 홈런.
이종범(37.KIA)과 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아직 만루 홈런을 친 적이 없는 만큼 이병규의 아치는 일본에 진출한 한국 선수가 친 그랜드슬램 1호다.

이종범은 일본 진출 첫해인 1998년 2월22일 시범경기 오릭스전에서 만루 홈런을 치긴 했지만 1998-2001년 4년간 정식경기에선 만루 홈런 없이 27개의 아치를 그렸다.

이승엽은 2004년 14개를 시작으로, 2005년 30개, 작년 41개, 올해 23개 등 108개의 대포를 쏴댔지만 공교롭게도 만루 홈런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이병규는 이날 4타점을 추가하며 타점이 38개로 늘어났으며 95안타로 100안타에 5개를 남겨놓게 됐다.

이병규는 2, 4회에는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지만 5회 3번째 타석에서 볼 카운트 1-0에서 몸쪽 낮은 직구(시속 136㎞)를 잡아당겨 우측 펜스를 넘겼다.

이병규는 1루 선상에 잠시 멈춰서서 공이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 천천히 베이스를 돌았고, 3루 주자 나카무라 노리히로(34)를 선두로 타이론 우즈(38), 모리노 마사히코(29)에 이어 홈을 밟았다.

8회 말에는 범타로 물러나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타율은 0.255(372타수95안타)로 변화가 없었다.

이병규는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앞선 타자들이 기회를 만들어줘 만루 홈런을 칠 수 있었다"며 "우리 팀이 정규리그를 1위로 마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이날 경기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지만 일본 진출 후 개인통산 300타점 작성에는 실패했다.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나간 이승엽은 4회에는 2사 주자 2, 3루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좌익수 플라이 아웃됐다.

1-7로 뒤진 6회 초 1사 주자 1루인 가운데 우익수 앞 안타로 1, 3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8회에는 삼진 아웃됐다.

타율은 0.270(451타수122안타)로 변동이 없었다.

전날까지 59타점을 올린 이승엽의 일본 진출 후 4년간 개인통산 타점은 299타점에서 멈춰있다.

주니치는 이병규의 만루 홈런 등 장단 7안타를 묶어 7-3 승리를 거두며 센트럴리그 선두 요미우리와 승차를 1.0게임으로 줄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