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이 드디어 왔다(Beckham Arrives)'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프로축구 LA 갤럭시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친선경기가 열린 캘리포니아주 카슨 홈디포센터 구장.

세계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32.LA갤럭시)을 보기 위해 미국 전 지역에서 구름 관중이 몰려 2만 7천 석의 관중석에서는 빈 틈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평소에는 개방하지 않는 피크닉(잔디) 석 2천 장도 일찌감치 모두 팔렸다.

베컴이 등번호 23번이 새겨진 흰 색 홈 유니폼을 입고 후반 33분 마침내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3만여 명의 축구 팬들은 '베컴!'과 '갤럭시!'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보냈다.

일부 팬들은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보냈고 내외신 사진기자 100여 명은 경기장 양쪽 사이드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12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베컴이 공을 잡을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고 전광판도 그가 뛰는 모습을 자주 클로즈업해 분위기를 돋궜다.

미드필더 지역을 가볍게 오가며 컨디션을 조율한 베컴이 경기 종료 직전 상대 태클에 넘어졌을 때나 코너킥을 찰 때는 팬들의 탄성이 축구장 전체를 쩌렁쩌렁 울렸다.

갤럭시-첼시전을 중계한 ESPN은 베컴 전담용 한 대를 포함해 모두 19대의 카메라를 동원했고 경기장 위를 가로지르는 이동식 카메라까지도 설치돼다.

처음으로 홈디포센터를 찾았다는 미국인 데이비드 스미스(39)씨는 "베컴을 보기 위해 오늘 여기까지 혼자 와 80달러를 주고 유니폼도 샀다.

매우 기대된다"면서 "베컴으로 인해 앞으로 미국 축구가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생각한다"고 들 뜬 모습을 보였다.

지난 17일 홈 구장에서 실시한 첫 팀 훈련에서 베컴은 발복 부상으로 스트레칭으로 몸만 풀어 첼시전 출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돌았다.

벤치에 앉아 출격 명령만을 기다린 베컴은 그러나 후반에 공격수 앨런 고든과 교체 투입된 뒤 힘차게 그라운드 중앙으로 뛰어나갔고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베컴으로서는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고 이날 경기 입장권이 모두 매진되는 등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라 미국 진출 데뷔전을 연기할 수 없었던 것.
그는 결국 선발은 아니더라도 교체 멤버로 팬들에게 첫 선을 보여야 한다는 쪽으로 결심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베컴은 첼시전을 끝낸 뒤 미국 데뷔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기장 분위기가 믿기 어려울 만큼 훌륭했다.

미국으로 건너 온 뒤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지만 그라운드에서 설 수 있게 돼 좋았다"고 대답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