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 베어벡 축구대표팀 감독의 지도력이 결국 도마에 오르고 말았다.

축구대표팀이 15일 밤(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바레인에 치욕적인 역전패를 당하면서 베어벡 감독의 리더십으로는 더 이상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기 힘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베어벡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집중력 저하'를 패인으로 돌렸다.

물론 전술적인 운영에서 실패한 부분은 감독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베어벡 감독은 이날 바레인전에서 컨디션이 나쁜 선수를 `이름값'만 보고 무리하게 투입하는 `고집'을 부리다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고 실책을 만회할 교체의 기회가 있었지만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예상보다 빨리 선제골을 넣은 이후 시간 운용에도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내내 불안하던 중앙 수비 라인이 상대 역습에 마구 허둥대고 있는데도 적시에 `처방'을 해내지 못했다.

베어벡 감독은 11일 사우디 아라비아전과 달리 선발 라인업 6명을 바꾸면서 `경험'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경험이 필수적인 중앙 수비 라인에는 갓 스물을 넘은 젊은 수비수 둘(김진규, 강민수)만 있었고 리드를 해줄 베테랑이 없었다.

전반적으로 의욕만 앞선 채 전력의 내실을 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47년 만에 우승컵을 가져올 절호의 기회라며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내부적으로는 메이저대회의 압박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 정도다.

사실 베어벡 감독은 인도네시아로 장도에 오르기 전부터 K-리그와 갈등을 빚으면서 마찰음을 냈다.

지난 달 23일 K-리그 경기가 잡혀있던 날 대표팀을 제주도에 소집하면서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잇따라 기술위원회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우여곡절 끝에 선수들이 모였다.

베어벡 감독은 지난 해 11월 K-리그 챔피언 결정전과 도하 아시안게임 출전을 놓고도 갈등을 빚었고 지난 1월 올림픽대표팀의 카타르 국제대회 참가를 앞두고는 K-리그 이사회의 차출 거부 결의로 대회 출전 자체가 무산되는 상황을 맞은 적도 있다.

베어벡호의 선수단 관리도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제주도에서 하루에 두 번씩 강도높은 훈련을 했지만 크고 작은 부상자는 늘어만 갔다.

이동국, 김정우가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고 이천수는 결전을 앞두고 감기와 편도선염 증세를 보였다.

불의의 부상과 컨디션 저하를 감독이 다 막아낼 순 없지만 프리미어리그 3인방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과 기존 대표팀의 리더 김남일이 없는 상황에서 선수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베어벡 감독은 작년 8월 딕 아드보카트 전임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이후 국가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올림픽대표팀을 모두 지휘했다.

그중 올림픽대표팀만 비교적 무난하게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 올려놓았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노메달 치욕'을 안고 빈 손으로 돌아왔다.

베어벡호는 이날 바레인전까지 5승3무5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약체 대만을 두 번 이긴 걸 빼면 사실상 3승이 전부다.

지난 2월 영국 런던에서 그리스를 꺾은 것 외에 강호들(가나, 우루과이, 네덜란드)에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베어벡호는 18일 인도네시아전에 사활을 걸고 사우디가 바레인을 잡아주길 기다려야 한다.

베어벡 감독은 한가닥 희망을 안고 기적같이 부활할지, 이대로 주저앉아 팬들의 심판을 기다려야 할지 기로에 서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