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가 맵다'

베어벡호 최단신 공격수 최성국(24.성남)이 아무도 예상치 못한 헤딩골을 선보이며 47년 만에 아시아축구 정상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새로운 공격 옵션을 제공했다.

최성국은 11일 오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에서 펼쳐진 사우디 아라비아와 2007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후반 21분 헤딩으로 선제골을 폭발시켰다.

이번 축구대표팀 23명 가운데 172㎝로 신장이 가장 작은 최성국의 골은 모두를 깜짝 놀래게 할 만했다.

최성국은 왼쪽 미드필드에서 염기훈(전북)으로부터 크로스가 올라오자 골문 오른쪽에서 볼의 궤적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뛰어오를 준비를 했다.

179㎝로 자신보다 훨씬 큰 사우디 수비수 왈리드 자달리가 앞을 막아섰지만 최성국은 잽싸게 옆으로 돌아서며 돌고래 점프를 뛰었고 이마에 정확히 맞은 볼은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향하더니 그대로 골그물을 출렁였다.

이날 경기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최성국은 발이 푹푹 빠지는 '떡잔디' 때문인지 주특기인 빠른 돌파를 효과적으로 선보이지 못했고, 키가 작은 탓에 골문 앞 플레이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리틀 마라도나'라는 별명이 무색할 지경이었고, 득점없이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자 핌 베어벡 감독은 교체 아웃 1순위로 최성국을 꼽은 듯했다.

편도선염이 악화돼 전날 밤 40℃의 고열에 시달렸던 공격수 이천수(울산)에게 몸을 풀라고 지시한 것.
하지만 최성국은 이대로 물러나지 않았다.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평소에도 점프 훈련이나 공중볼 다툼 연습을 계속해 왔던 최성국이었다.

울산에서 뛰던 작년 K-리그에서는 전체 9골 가운데 4골이 머리로 넣은 골.
이런 노력 덕분인지 최성국은 자신의 작은 키가 공격수로서 아무런 결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A매치에서도 증명해 보이며 선발 기회를 준 베어벡 감독에게 보답했다.

최성국은 경기 직후 "선제골 이후에 애매한 판정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해 아쉽다.

만족하지는 않지만 첫 경기인 만큼 잘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바레인, 인도네시아 전을 모두 이겨야 8강에 나갈 수 있다.

준비 잘해서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