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전북)의 왼발이 아시안컵축구(7월7일∼29일)를 앞두고 있는 베어벡호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염기훈은 29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라크와 친선 평가전에서 후반 5분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며 3-0 대승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주도권을 잡고도 골을 넣지 못해 0-0의 지루한 무득점 공방이 이어지던 후반 5분 오른쪽 측면에서 오범석(포항)이 올린 크로스를 이라크 골키퍼 누르 아바스가 손끝으로 쳐내자 염기훈은 직감적으로 왼쪽 골문 앞으로 달려들어갔다.

운좋게도 수비수 마디 아질의 발에 맞고 꺾이며 염기훈의 가슴팍에 안겼고 염기훈은 수비수를 제친 뒤 그대로 왼발 슈팅을 날렸다.

각이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반대편 골포스트를 노리고 찬 볼은 그대로 골 라인을 통과하며 그물을 출렁였다.

작년 10월8일 가나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염기훈에게는 5경기 만에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리는 동시에 '왼발의 스페셜리스트'란 별명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호남대를 졸업하고 작년에 프로축구 전북 현대에 입단한 염기훈은 같은 해 7월 팀 동료 김형범과 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이를 이겨내고 신인답지 않은 활약을 펼치며 K-리그 신인왕을 거머쥔 스타.

특히 전북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예선 조별리그부터 어려울 때마다 골을 몰아치며 역전의 주인공으로 활약했고 결국 팀을 아시아 정상에 올려놓았다.

올해 K-리그에서도 '2년차 징크스'에 전혀 휘말리지 않고 18경기에서 5골을 뽑아내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염기훈은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훈련할 때 조끼를 한 번도 입지 않아 선발 출전을 전혀 예상 못했지만 오늘 아침부터 유난히 몸이 가벼웠다"며 "볼이 발에 맞는 순간 골포스트에 맞고 나올 줄 알았는데 그물이 출렁이더라"며 골 순간을 설명했다.

이어 "결승골을 넣었다고 주전 경쟁에서 유리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베스트11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남은 기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지만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 오른쪽 공격수와도 위치를 바꿔가면서 빠른 측면 돌파와 크로스로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는 게 특기인 염기훈이 프리미어리거들이 대거 제외된 베어벡호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희망을 심는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서귀포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