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하라 다쓰노리 감독이 이승엽(31)에 대한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4번 타자에서 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요미우리 계열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와 '산케이스포츠'는 19일 인터넷판에서 하라 감독이 타격이 부진한 이승엽을 4번에서 제외하고 저조하기 마찬가지인 유격수 니오카 도모히로는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 뺄 생각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라 감독의 인내심이 극에 달한 건 17일 소프트뱅크전이었다.

이승엽은 5번 모두 주자가 있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섰지만 3연타석 삼진을 포함, 단 한 차례도 안타를 때리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3번 타자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를 두 차례나 고의 4구로 거르고 자신을 선택하는 굴욕감을 안겼음에도 이승엽의 방망이는 침묵했다.

하라 감독은 "몇 번이나 말했지만 (이승엽, 니오카의) 부진이 너무 길다.

주전 선수의 타율이 팀 타율보다 낮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강도 높게 두 선수를 비판했다.

이승엽과 니오카는 시즌 타율 0.259, 0.268을 때리고 있다.

요미우리의 팀 타율은 그보다 높은 0.280이다.

이어 이승엽에 대해 "삼진 2개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도 3개는 안된다.

17일 경기와 같은 모습은 좋지 않다"며 4번의 책무를 잊은 이승엽의 자세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2년 연속 인터리그 홈런왕에 올랐던 이승엽은 올해는 18일 현재 타율 0.240에 홈런 2개로 무척 부진하다.

왼쪽 어깨 통증과 왼쪽 손가락 떨림 현상으로 시즌 초부터 화끈한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승엽은 시즌 3개월째 접어든 요즘도 타격 페이스를 찾지 못해 매 경기 고전 중이다.

이승엽은 10일 니혼햄전에서 절친한 친구 아베 신노스케에게 4번 타자 자리를 내주고 6번으로 기용됐다.

아베가 수비 중 왼쪽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이틀 만에 4번으로 돌아왔지만 이승엽이 자력으로 4번 타자 자리를 되찾은 건 아니었다.

요미우리는 19일부터 인터리그 통산 1승13패로 절대 열세에 있는 지바 롯데 마린스와 2연전을 치른다.

하라 감독은 천적 징크스를 넘기 위해 타순 조정으로 분위기를 바꿀 태세여서 이승엽의 4번 배제는 구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