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 우승 가능성을 활짝 열어젖힌 '한국산 탱크' 최경주(37.나이키골프)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제107회 US오픈에 출전한다.

14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9시6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근교 오크몬트골프장(파70. 7천230야드) 10번홀에서 데이비스 톰스(미국), 마이크 위어(캐나다)와 함께 티오프하는 최경주는 "상위권 입상을 노리겠다"던 전과 달리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다.

메이저대회 우승과 세계랭킹 10위 이내 진입이라는 두 가지 '평생 목표'를 향해 뛰고 있는 최경주는 사실 지금까지 4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US오픈을 가장 우승 확률이 낮은 대회로 꼽아 왔다.

최경주가 가장 싫어하는 길고 질긴 러프로 무장한 코스 세팅이 바로 US오픈의 특징이기 때문.
지금까지 24차례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최경주는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에서 '톱 10'에 한 번도 들지 못했다.

특히 US오픈에서는 여섯 번 가운데 세 번이나 컷오프를 당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러프 극복'의 해법을 찾아낸 최경주는 이제 US오픈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최경주의 러프 극복 비결은 '러프에 볼을 보내지 않는 것'이다.

최경주는 평소 "키가 크고 손목 힘이 좋은 선수들은 러프에서도 미들 아이언을 사용할 수 있지만 내게는 러프에 빠지지 않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러프를 피하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고민'이라던 최경주는 지난 4일 끝난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83.9%에 이르는 경이적인 페어웨이 안착률을 앞세워 러프를 피해가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우승컵을 차지했다.

8개월 동안 드라이버 티샷의 정확도를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기에 최경주는 빡빡한 러프로 둘러싸여 폭이 20m에 불과한 오크몬트골프장의 '개미허리' 페어웨이가 넓게만 보인다.

뿐 만 아니라 US오픈이 열리는 코스는 콘크리트와 다름없는 단단한 그린이 특징인데 딱딱한 그린에서 도 볼을 세울 수 있는 고탄도 페이드샷을 익힌 최경주는 잭 니클로스로부터 "US오픈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메모리얼토너먼트에 최경주와 함께 출전했던 양용은(35.테일러메이드)은 "단단하고 빠른 그린에 볼을 척척 세우는 최경주 선배의 컷샷이 너무 부러웠다"면서 "최 선배는 US오픈을 겨냥해 컷샷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타이거 우즈(미국), 어니 엘스(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모조리 젖히고 우승을 따낸 데 따른 자신감도 최경주가 US오픈에서 목표를 상향조정한 원동력이 됐다.

최경주는 "메모리얼토너먼트는 출전 선수 명단이나 코스 세팅 모두 메이저대회나 다름없었다"면서 "그런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내게 커다란 자신감을 심어줬고 이번 US오픈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영국 도박전문업체 레드브록스는 최경주의 우승에 67-1의 배당률을 내놓았다.

100달러를 걸어 최경주가 우승하면 6천700달러를 주겠다는 것으로 250-1 이상의 배당률을 받았던 종전에 비해 우승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최경주보다 배당률이 낮은 선수는 15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경주의 US오픈 정상 정복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출전 선수 전원이 우승 후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쟁쟁한 강호들이 빠짐없이 US오픈 우승컵을 노리고 출사표를 냈다.

특히 메이저대회에서 유난히 우승 욕심이 많고 그만큼 집중력을 발휘하는 우즈의 존재는 언제나 부담스럽다.

작년 7월 브리티시오픈과 8월 PGA챔피언십을 잇따라 제패해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12개로 늘린 우즈는 지난해 US오픈에서 아버지가 사경을 헤맨 탓에 난생 처음 메이저대회 컷오프를 당한 아픔을 이번 대회 우승으로 씻어내겠다는 다짐이다.

US오픈에서 한풀이에 나선 선수는 우즈 뿐 아니다.

지난해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저질러 눈앞에서 우승컵을 죠프 오길비(호주)에게 넘겨줘야 했던 필 미켈슨(미국)과 1994년 오크몬트골프장에서 US오픈 정상에 올랐던 엘스, 그리고 단 한 개밖에 없는 메이저대회 왕관을 US오픈에서 챙긴 짐 퓨릭(미국)도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다.

이밖에 작년 우승자 오길비와 애덤 스콧(호주), 루크 도널드, 저스틴 로즈(이상 잉글랜드), 헨릭 스텐손(스웨덴) 등 세계랭킹 상위권을 점령한 20대 '젊은 피'들도 US오픈 정상 정복에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다.

레드브록스는 우즈에게 4-1의 배당을 제시해 우승 확률을 가장 높게 잡았고 미켈슨에게 10-1, 엘스에게 17-1의 배당률을 부여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