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혼자서 커 나가야죠. 이번 대회부터 전문 캐디에게 맡겼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의 `꼬마 천사' 신지애(19.하이마트)의 캐디백을 메어온 아버지 신재섭(47)씨가 1일 개막한 힐스테이트 서경 여자오픈에서 딸의 홀로서기를 묵묵히 지켜 보았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골프채를 잡은 뒤 어느덧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에이스로 우뚝 선 신지애에게는 언제나 든든한 아버지가 있었다.

목사인 신씨는 일요일에는 캐디백을 메지 않았지만 각종 주요 대회에는 그린에서 딸과 함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부터 신지애의 캐디백은 경희대 골프경영학과를 다니는 전문 캐디 한창영(23)씨가 메었다.

딸의 캐디를 보면서 꾸중도 많이 했다는 신재섭씨는 "원래 지애가 실수를 해도 웃고 마는 낙천적인 성격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내가 꾸중을 하면 눈치를 보더라"며 털어 놓았다.

그래서 캐디백은 전문 캐디에게 맡기기로 하고 신재섭씨는 대회가 열린 뉴서울 골프장 코스에서 딸의 뒤를 말없이 따라다니며 마음 속으로만 응원했다.

아버지 없이 전문 캐디와 대회 첫날을 치른 신지애는 5개홀 연속 버디를 잡는 등 맹타를 휘두르며 5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선두에 올랐다.

1라운드에서 성적이 나지 않는 징크스가 있는 신지애는 "1라운드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샷 감각이 좋았다.

앞으로 남은 상반기 대회에서도 성적이 좋으면 계속 전문캐디에게 맡기겠다는 신씨의 마음에는 어느덧 커버린 딸이 대견스럽기도 하면서도 서운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했다.

(광주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