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10년만이야..."

`황태자'에서 `마당쇠'로 변신한 울산 모비스의 우지원(34)이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 반지를 끼는 감격에 젖었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처음으로 이번 시즌 정규리그 시상식 무대에 올라 `우수후보 선수상(식스맨상)'을 받은 우지원이 또 한 번의 감격을 맞았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부산 KTF를 막판까지 가는 접전 끝에 따돌리고 일궈낸 통합 우승이기에 기쁨은 더했다.

우지원은 정규리그 때와 마찬가지로 챔프전에서도 숨은 주역이었다.

전성기 시절 `전매특허'였던 `저공 3점슛'은 고비 때마다 빛을 발했다.

우지원은 1일 KTF와의 7차전에서 2쿼터에 출전, 3점슛 2개를 포함한 14점에 6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면서 전반 기선을 제압하는데 디딤돌이 됐다.

특히 4강 플레이오프때만 해도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아 챔프전 활약이 미미할 것으로 보였던 우지원은 1차전에서 3점슛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모비스가 3쿼터에서 역전을 하는데 선봉에 섰다.

또 2차전에서는 전반 한때 팀이 KTF에 19점차로 뒤져있었지만 3쿼터에서 3점슛 2개를 성공시켜 전세를 뒤집는 발판을 마련했다.

20년의 선수 생활동안 늘 `코트의 주연'이었다가 `조연'으로 강등된 우지원이었지만 스스로 본분을 깨닫고 챔프전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우지원은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초라해지는 자신에 위축이 됐고 심지어 은퇴까지 고려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수비와 리바운드 등 유재학 감독의 `궂은일 주문'은 오히려 농구와 자신의 인생에 새롭게 눈을 뜨게 하는 동기를 부여했다.

우지원은 팀을 이끌어야 하는 고참으로서, 커가는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무거운 어깨가 오히려 더욱 농구에 집착하게 만든다고 정규리그 막판 인터뷰에서 밝힌 적도 있다.

우지원은 "아내가 결혼할 때 농구를 전혀 몰라 선수로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힘들다가 올해가 프로 10년차, 결혼 6년차인데 약속을 못지키고 은퇴하는 줄 알고 불안했는데 좋은 기회를 살려 기쁘다"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