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만 아프지 않았더라면..."

18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의 센트럴 아미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2차 예선 F조 4차전을 마친 베어벡호의 '해결사' 한동원(21.성남)의 표정에는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한 기쁨보단 스스로 플레이를 자책하는 안타까움이 더 진하게 배어 있었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한동원은 프리킥과 코너킥을 도맡아 차올렸지만 울퉁불퉁한 그라운드에다 허벅지 통증, 골에 대한 막막한 부담감이 겹쳐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채 후반 15분 백지훈(수원)과 교체 아웃됐다.

15분 뒤 백지훈의 그림같은 프리킥 결승골이 터지는 장면을 벤치에서 지켜본 한동원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우즈베키스탄과 예선 2, 3차전에서 한 경기 두 골씩 터트린 맹활약으로 '올림픽축구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뒤 팬들의 기대감을 한몸에 받았던 터다.

한동원에게 이번 원정은 중대 고비이자 기회였다.

앞선 골 잔치로 한껏 주가가 올린 데다 K-리그에서도 마수걸이 골을 터트려 감각이 살아나던 상황이라 이참에 베어벡호의 확실한 골잡이로 자리를 굳힐 심산이었다.

특히 2월 예멘전에서 '배치기 퇴장'으로 세 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은 박주영(서울)이 돌아오기 전에 연속골 행진으로 베어벡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부담이 크면 몸이 굳어지는 법.

왠지 몸놀림이 무거워 보였고, 그렇게 잘 찾아오던 슈팅 기회도 이상하리만큼 찾아오지 않았다.

상대 수비진의 집중 견제를 받자 날카로움이 사라졌다.

애써 올린 프리킥도 전방에 포진한 동료 공격수의 머리에 배달되지 못했다.

한동원은 4연승의 기쁨을 잠시 뒤로 한 채 숙소로 돌아와 "사실 허벅지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열심히 뛰었지만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솔직히 골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컸다"며 아쉬워했다.

최종예선을 통과했지만 남은 두 경기는 한동원에게 또 다른 도전의 무대다.

한동원은 "아직도 5, 6차전 두 경기나 남아 있지 않느냐. 몸을 제대로 추슬러 좋을 때 모습을 다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