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자만이 살아 남는다'

단단하고 빠른 그린에 8℃를 넘지 못한 쌀쌀한 날씨에 돌개바람까지 겹쳐 사상 최악의 난코스로 돌변한 가운데 치러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가 선수들의 인내심 테스트 무대가 됐다.

단 한 홀에서 서너타를 잃어버리며 세계 정상급 스타들이 줄줄이 오버파 스코어를 낸 가운데 이틀간 타수를 잃지않고 참을성을 있게 버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마침내 리더보드 상단에 등장했다.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잇따라 오버파 스코어를 적어내며 우승컵 탈환에 노란 불이 켜졌던 우즈는 8일(한국시간)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서 열린 대화 사흘째 3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쳤다.

컷을 통과한 60명 가운데 언더파 스코어를 만든 선수가 단 1명에 그친 이날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맞바꾸며 1타도 줄이지 못했지만 중간합계 3오버파 219타가 된 우즈는 단독 선두 스튜어트 애플비(호주.218타)에 1타차로 바짝 따라 붙었다.

이로써 우즈는 대회 통산 다섯번째 우승과 함께 시즌 첫 메이저대회 제패에 성큼 다가섰다.

우즈는 지금까지 최종 라운드에서 챔피언조로 경기에 나선 12차례 메이저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을 놓쳐 본 적이 없다.

또 마스터스에서는 1991년 대회부터 작년까지 우승자는 늘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배출됐다.

그러나 대회가 타수 줄이기가 아닌 지키기 경쟁으로 바뀌면서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그린재킷의 주인공은 모든 선수가 최종 라운드를 마쳐야 드러날 전망이다.

우즈도 이날 16번홀까지 2타를 줄이면서 단독 선두 부상을 바라봤으나 17, 18번홀에서 내리 보기로 홀아웃하는 바람에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우즈는 1∼3라운드 동안 17번홀(파4), 18번홀(파4)에서 보기 4개에 버디 1개로 성적이 좋지 않아 우승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를 떠 안았다.

우즈가 메이저대회에서 54홀 동안 언더파 스코어를 한 번도 내지 못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우즈는 "최선을 다했다.

막판에 부주의하게도 보기 2개를 기록했지만 순위를 끌어 올린데 만족한다"면서 "우승 기회가 돌아왔으니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밤 사이 잠깐 빗줄기가 뿌렸지만 금방 건조한 날씨로 돌아와 그린이 한결 단단하고 빨라진데다 춥고 강한 바람마저 불어대는 등 최악의 조건 속에서 치러진 3라운드에서 타수를 잃고도 순위가 올라간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75타 이하의 스코어를 낸 선수는 순위가 올라갔고 5타를 까먹어도 순위 하락은 크지 않았다.

3라운드 평균타수는 77.35타까지 치솟아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이 그린을 벤트 그래스로 바꾼 198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언더파 스코어를 낸 선수는 레티프 구센(남아공.70타) 혼자였고 이븐파 72타를 친 선수도 우즈와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등 2명 밖에 없어 단 3명만 오버파 스코어를 피했을 뿐이다.

77타를 친 잭 존슨(미국)은 "72타는 이븐파가 아니라 사실상 언더파"라고 투덜댔다.

1오버파 73타를 친 애플비는 전날 8위에서 선두로 수직 상승했고 3오버파 75타를 때린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우즈와 함께 공동 2위로 순위가 2계단 올랐다.

17번홀(파4)에서 티샷을 7번홀 페어웨이 벙커로 날려버린 뒤 4타만에 겨우 그린에 볼을 올려놓고 3퍼트까지 곁들이고도 선두로 나선 애플비는 "코스도 어렵지만 아주 어려운 상대와 우승을 다투게 됐다"고 우즈의 최종 라운드 맞대결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75타를 친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4타를 잃어버린 존슨, 그리고 77타로 부진했던 본 테일러(미국)가 애플비에 단 2타 뒤진 4위 그룹을 이뤘다.

73타로 '선전'한 필 미켈슨(미국)과 이날 70타를 때려 유일한 언더파를 기록한 구센도 선두와 4타차 공동 8위(6오버파 222타)에 올라 역전 우승의 희망을 살려냈다.

전날 선두였던 팀 클라크(남아공)는 80타를 쳤지만 8위 그룹에 잔류했다.

짐 퓨릭, 데이비드 톰스, 제리 켈리(이상 미국), 로리 사바티니(남아공),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등도 공동 8위에 올라 최종일 역전 우승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최경주(37.나이키골프)도 당초 목표로 내걸었던 '톱5' 달성에 푸른 신호를 켰다.

버디 3개와 보기 5개를 묶어 타수 손실이 2타에 그친 최경주는 공동 19위(8오버파 224타)로 올라섰다.

8위 그룹을 불과 2타 차이로 추격한 최경주는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 안팎의 성적으로 버티면 5위 이내 진입이 가능하다는 분석.
최경주는 "10위 이내 입상 기회를 잡은 것 같다"면서 "오늘 밤에는 푹 쉬고 내일 일찌감치 퍼팅 연습에 나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종 라운드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양용은(35.테일러메이드)은 버디는 1개밖에 챙기지 못하고 보기 7개를 곁들이며 6오버파 78타를 쳐 공동34위(11오버파 227타)로 내려 앉았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