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들의 천국'으로만 여겨졌던 한국스포츠에서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기분좋은 `반란'을 일으켰다.

아직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고교생 박태환(18.경기고)과 김연아(17.군포 수리고)는 주말 호주 멜버른과 일본 도쿄에서 단숨에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하며 한국 스포츠의 기개를 떨쳤다.

`빙판의 종달새' 김연아가 전날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한국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마린보이' 박태환은 25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남자 400m에서 세계정상에 올라 한국 수영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들의 쾌거는 1980년대 이후 20여년이 넘도록 프로스포츠가 지배해 온 국내 풍토에서 오랜기간 설움을 겪었던 비인기 종목에서 일궈낸 값진 성과라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스포츠는 야구와 축구, 농구, 골프 등 일부 프로종목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90년대부터는 박찬호(뉴욕 메츠)와 김병현(콜로라도), 이승엽(요미우리) 등이 미국과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고 박세리(CJ)와 김미현(KTF) 등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휩쓸었다.

최근에는 박지성(맨유), 이영표(토트넘), 설기현(레딩), 이동국(미들즈브러)이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이적해 국내 프로종목 조차 제치고 신문과 방송, 온라인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때만 반짝 관심을 끌었을 뿐 이내 잊혀지곤 했다.

오죽했으면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 국가대표선수들에게 억대 포상금과 병역혜택이 수여되자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태릉선수촌에 훈련중이던 국가대표 선수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국내 스포츠계 판도는 지난 해부터 아마추어 선수들이 각종 국제대회에서 잇단 승전고를 울리면서 흐름이 역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초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안현수와 진선유(이상 한국체대)가 나란히 쇼트트랙 3관왕에 올라 국민적 관심을 끌었고 연말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박태환이 수영 3관왕을 차지한 뒤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또한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강석(의정부시청)은 남자 500m에서 깜짝 세계신기록을 세워 각광을 받았다.

이들 비인기 종목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동계올림픽 유치를 꿈꾸는 대구와 인천, 평창 등 각종 국제대회 유치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승수 2014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은 "그동안 한국의 동계스포츠 경기력이 처지는 것이 적지않은 약점이었는데 최근 선수들의 잇단 활약으로 한국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해외파와 프로선수들이 집중 조명을 받는 국내 풍토에서 아마추어는 아직도 일부 천재적인 선수들의 `깜짝 활약'에만 환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들이 세계적인 기량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프로종목 못지않은 지원과 관심이 꾸준하게 뒤따라야 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