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남미의 벽 앞에 다시 무릎 꿇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4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친선경기에서 전반 19분과 37분 공격수 카를로스 부에노(스포르팅 리스본)에게 연속골을 내주고 0-2로 완패했다.

베어벡호는 지난달 7일 영국 런던에서 2004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챔피언 그리스를 1-0으로 꺾고 산뜻하게 한 해를 시작했지만 다시 수비 집중력 부족을 드러낸 채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진 측면 공격으로 일관하며 국내에서 치른 새해 첫 A매치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6위의 우루과이(한국 48위)와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0-1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네 차례 맞붙어 모두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또 1999년 3월 브라질과 친선경기 1-0 승리 이후 8년 동안 이어져 온 '남미 징크스'(4무5패)도 털어내지 못하고 1패를 추가했다.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상암벌에서 치른 4번의 A매치(2무2패)에서도 단 한 번 승리하지 못했다.

베어벡호 출범 이후 A매치 전적은 3승2무3패가 됐다.

베어벡 감독은 이번에 소집된 해외파 7명 모두를 선발 라인업에 포함하는 등 최강 전력으로 팀을 꾸렸다.

최전방에 조재진(시미즈)을 세우고 좌우 윙포워드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설기현(레딩FC)을 배치했다.

이천수(울산)는 처진 스트라이커의 임무를 맡았고 중원에는 김정우(나고야)와 이호(제니트)가 섰다.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이영표(토트넘), 김동진(제니트), 김상식(성남), 오범석(포항)으로 구성됐고 골문은 지난달 그리스전에 이어 김용대(성남)가 지켰다.

우루과이도 공격수 알바로 레코바(인터 밀란) 등 베스트11 전원을 유럽파로 구성해 맞불을 놓았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조재진이 페널티지역 내 정면에서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공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전반 초반은 이영표의 활발한 오버래핑과 박지성의 측면 돌파로 왼쪽 공격이 활기를 띄면서 공격 주도권을 잡았다.

14분 이천수가 페널티지역 내 왼쪽에서 날린 왼발 슈팅은 골키퍼 파비안 카리니(인터 밀란)의 선방에 막혔다.

우루과이의 저력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나타났다.

전반 19분 파비안 카노비오(셀타비고)의 패스를 받은 호르헤 푸실레(포르투)가 페널티지역 내 왼쪽에서 낮게 깔아 중앙으로 이어줬고, 몸을 던진 골키퍼 김용대를 빗겨간 볼을 부에노가 골 지역 정면에서 오른발로 가볍게 차넣었다.

리드를 빼앗긴 뒤 태극전사들의 집중력은 크게 떨어졌다.

전반 37분에는 센터서클 부근에서 한번에 연결된 패스에 수비라인이 뚫리며 부에노에게 단독 찬스를 내줬고, 부에노는 페널티지역 내 정면으로 볼을 치고 들어가 차분하게 오른발로 때려 넣어 다시 한번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들어 베어벡 감독은 박지성 대신 김두현(성남), 이영표 대신 김치우(전남)을 투입해 김두현에게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맡기고 이천수를 왼쪽 측면으로 돌려 변화를 꾀했다.

김두현은 4분 만에 아크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슛을 터트렸으나 골키퍼가 몸을 날려 쳐내 4만 2천 여 관중의 탄식을 자아냈다.

후반 25분에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조재진을 불러들이고 정조국(서울)을 투입했지만 경기 내용은 전반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우루과이의 철옹성 같은 수비 라인을 단 한번도 무너뜨리지 못하고 말았다.

후반 인저리타임 설기현이 페널티지역 내 정면에서 날린 왼발 발리슛은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오는 등 골운마저 외면했다.

우루과이는 후반전 카노비오와 파비안 에스토야노프(데포르티보), 푸실레, 파블로 가르시아(셀타비고), 부에노. 레코바 등 주전들을 차례로 벤치로 불러들이는 여유를 보이며 승리를 만끽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외국인 관중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