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을 너무 큰 대회에서 치르게 돼 부담됩니다"

유럽프로골프투어 조니워커클래식에 출전해 1일 태국 푸껫 블루캐이언골프장에서 프로 데뷔전을 갖는 한국 골프의 차세대 간판 김경태(22)는 새내기답게 조심스러워 했다.

지난해 아마추어신분으로 프로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고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개인, 단체전을 석권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프로 선수로는 이번이 첫 대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출전 선수 가운데 애덤 스콧(호주), 어니 엘스, 레티프 구센(이상 남아공), 폴 케이시(잉글랜드),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마이크 위어(캐나다)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해 주눅들기에 알맞은 상황이다.

김경태는 "워낙 훌륭한 선수들이 많아 컷 통과가 급선무"라면서 최소한의 목표만 세웠다고 말했지만 "컷 통과를 못할 거라는 생각은 않는다"면서 더 큰 욕심이 있음을 살짝 내비쳤다.

'순둥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착한 그지만 경기에 나서면 독사나 다름없는 승부근성을 드러내는 김경태답게 목표는 소박하게 내세우면서도 '큰 일'을 저질러보겠다는 내심을 드러낸 셈이다.

아버지 김기창(54)씨와 함께 25일 태국으로 건너와 28일까지 36홀을 돌았고 오전, 오후에 연습그린과 러프 적응훈련을 강도 높게 소화해낸 결과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긴 덕이다.

"하루에 1∼2언더파 정도만 치면 되지 않겠어요"라며 김경태는 "코스가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네요"라며 은근한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음은 김경태와 일문일답.
--데뷔전을 갖는 소감은.
▲너무 큰 대회에서 데뷔하게 돼 부담된다.

그래도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치르겠다.

--이번 대회 목표는.
▲우선 1차 목표는 컷 통과다.

아무래도 처음이니까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지 않겠다.

--목표가 너무 소박한 것 아닌가.

▲그래도 컷 통과를 못하리라는 생각은 않는다.

아마추어 시절에 한국과 일본 등에서 프로대회에 30여 차례 출전했지만 한 번도 컷오프된 적이 없다.

1∼4라운드 내내 하루 1∼2언더파 정도 치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진정한 프로 선수가 되는데 올해 이루고 싶은 것은.
▲한번 이상은 우승컵을 안아보고 싶다.

나갈 수 있는 대회가 많지 않겠지만 한국프로골프 신인왕도 해보고 싶다.

--장기적인 계획은 세웠나.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실력이 된다고 판단되면 일본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뛰고 싶어하는 PGA 투어는 갈 생각이 없나.

▲물론 있다.

그렇지만 일단은 한국에서 성공하고 그 다음엔 일본이다.

더 높은 곳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단계가 있고 도전할 실력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평소 어떤 프로 선수가 되어야 하겠다는 구상이 있다면.
▲늘 발전하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가슴에 새기고 있다.

--평소 주변에서 너무 착한 게 단점이라고 하더라. 그런 성격이 뛰어난 선수가 되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경기를 하면 나도 이를 악물게 된다.

그리고 찬스가 오면 늘 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게 된다.

그렇지만 긴장되는 순간에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골프 기량에서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장기는 아이언샷이다.

아직 모자라는 것은 쇼트게임이다.

--겨울 훈련 동안 약점을 보강했나.

▲작년 12월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필리핀에서 40여일 동안 훈련했다.

겨울훈련을 너무 늦게 시작해 체력훈련은 좀 달렸지만 쇼트게임은 많이 연습했다.

(푸껫<태국>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