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 베어벡(51) 축구 국가대표 및 올림픽대표 감독이 한 달여 만에 돌아온다.

지난 달 17일 K-리그 구단들의 카타르 국제대회 차출 거부로 마음에 잔뜩 앙금을 쌓고 인천공항을 떠난 지 36일 만인 22일 오후 입국한다.

베어벡은 출국길에 "앞으로 K-리그와는 어떤 협상도 어려울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반면 대한축구협회 회장단과 K-리그 단장들은 북한산 동반 산행을 하며 '한국 축구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베어벡은 그동안 유럽과 중동을 여러 차례 오갔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걸프컵을 참관하면서 오는 7월 아시안컵축구 본선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의 전력을 분석했다.

그리고는 곧장 영국으로 날아가 새해 첫 A매치에 대비했다.

지난 7일 유럽 챔피언 그리스를 상대로 기분좋은 승리를 챙긴 베어벡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들의 플레이를 지켜본 뒤 지난 14일에는 다시 아부다비로 날아가 올림픽 예선 첫 상대인 예멘과 팔레스타인의 경기를 현장에서 분석했다.

베어벡은 중동과 유럽에서 두 갈래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눈앞에 닥친 올림픽 예선 전략이다.

베어벡은 25일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올림픽 대표 23명을 소집해 사흘 간 짧은 담금질을 한 뒤 28일 수원에서 예멘과 아시아 2차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히딩크호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한국적 정서'가 몸에 밴 베어벡은 유럽과 달리 올림픽 예선이 차지하는 비중과 팬들의 '체감 온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월드컵축구 못지않게 올림픽 본선행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상대는 결코 녹록치 않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분석으로는 첫 상대 예멘은 시리아, 오만, 요르단 등 최근 강세를 보이는 중동 다크호스에 떨어지지 않는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베어벡은 예멘전과 다음 달 14일 UAE 원정 2차전까지 올림픽 예선 초반부에 기선을 제압하는 데 코칭스태프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베어벡은 지난 해 11월 처음 올림픽대표팀을 소집해 일본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러 모두 비겼다.

한 편으로 가능성도 발견했지만 보완할 대목이 더 많이 노출됐던 게 사실이다.

대표팀에서는 중용하지 않았던 박주영(서울), 백지훈(수원)과 아직 검증이 덜 된 이승현(부산), 양동현(울산) 등을 집중적으로 시험한다는 복안이 베어벡의 머리에 깔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예선에서 일단 한 고비를 넘고 나면 다음엔 아시안컵 본선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

베어벡은 그리스전에서 승리한 뒤 "한국 축구는 아시아 최강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한국 축구의 최대 목표가 47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베어벡은 잉글랜드와 네덜란드, 독일 등지에서 충분히 해외파를 점검한 만큼 다음 달부터 개막하는 K-리그에서 본격적으로 '진주 찾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다음 달 24일 우루과이와 A매치에서는 남미 징크스를 깨트려야 한다.

한달여 만의 귀환에 기다리고 있는 숙제는 분명히 더 많아졌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