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대결..설기현이 변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그리스가 7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새해 첫 A매치를 치르는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 스타디움은 1만9천161석의 아담한 경기장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풀럼FC의 홈 구장으로 본부석(리버사이드 스탠드)과 원정 서포터스석은 한국 응원단에 배정됐다.

반면 그리스 서포터스는 한국 팬과 비교하면 4분의 1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장료는 본부석이 25파운드(4만6천원). 프리미어리그 인기 경기의 티켓 가격 45-50파운드보다는 싼 편이다.

런던은 물론 영국 전역의 한인들이 이 곳에 집결해 '대∼한민국'을 외친다.

베어벡호와 그리스의 일전은 눈여겨 볼 관전 포인트가 많다.

2007년 첫 A매치인데다 제3국 경기이고 두 팀 모두 해외파를 총동원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대결

이번 대표팀의 중심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삼총사다.

무대가 영국인 까닭도 있지만 겨울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K-리거들보다는 한창 실전을 치르고 있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설기현(레딩)의 감각이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 프리미어리거가 두 명 버티고 있다.

공격수 기오르고스 사마라스(맨체스터 시티)와 미드필더 스텔리오스 지안나코풀로스(볼턴 원더러스).
사마라스는 이번 시즌 25경기에 빠짐없이 출전해 4골과 5도움을 올렸다.

2005-2006년 시즌에도 6골을 터트리는 등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선수다.

잉글랜드에 오기 전에는 네덜란드 히렌벤에서 뛰어 에인트호벤 출신인 박지성, 이영표와 인연이 많다.

지안나코풀로스는 작년 A매치에서 네 골을 터트렸다.

볼턴에서는 주전과 백업을 오간다.

코리언 프리미어리거 삼총사와 그리스 듀오의 대결이 흥미롭다.

◇설기현 '재도약의 호기'

설기현은 베어벡호의 중심 멤버로 활약해왔다.

작년 9월 상암에서 열린 이란전에서 선제골을 뽑고 대만전에서도 두 골을 터트려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이런 활약을 등에 업고 소속팀 레딩에서도 시즌 초반 펄펄 날았다.

초반 8경기에서 2골과 2도움을 올린 공격의 핵이었다.

그러나 최근 설기현은 벤치에 앉는 시간이 많아졌고 올해 들어서는 출전 엔트리에도 벌써 세 번이나 빠졌다.

글렌 리틀과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경쟁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그나마 FA컵에서만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설기현에게 그리스전은 놓칠 수 없는 재도약의 기회다.

특히 영국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그리스전에서 활약할 경우 스티브 코펠 레딩 감독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제3국 경기 '승리는 쉽지 않다'

2006년 6월4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이스터로드 스타디움.
독일월드컵 본선을 눈앞에 둔 아드보카트호는 제3국에서 아프리카 강호 가나와 최종 평가전을 가졌다.

결과는 1-3 완패.
아사모아 기안, 마이클 에시엔의 화려한 개인기와 골 결정력 앞에 철저히 무너지고 말았다.

한국 축구는 종종 제3국에서 A매치를 치렀지만 승리는 쉽지 않았다.

작년 1-2월 전지훈련을 겸한 중동, 홍콩, 미국 투어에서 3승1무2패를 기록했다.

핀란드, 크로아티아, 멕시코를 이겼지만 덴마크와 코스타리카에는 덜미를 잡혔다.

아무래도 익숙한 상암벌이나 국내 경기장에서 플레이할 때보다 힘든 것은 사실이다.

△베어벡과 레하겔

네덜란드 출신 핌 베어벡(51) 감독과 독일 출신의 오토 레하겔(69)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공통점이 있다.

베어벡은 2004년 11월부터 6개월 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하며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MG의 수석코치를 지냈다.

레하겔은 분데스리가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1천 경기 이상을 소화한 백전노장이다.

감독으로 분데스리가에서 387승을 거뒀다.

레하겔은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에서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 등 강호들을 연파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려 '그리스의 히딩크'로 불렸다.

경험과 강인한 수비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감독 경력만 놓고 보면 베어벡이 일천한 수준이다.

하지만 유럽, 중동, 일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베어벡식 축구를 레하겔이 무시하긴 힘들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