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5시 런던에서 그리스와 새해 첫 A매치


'본토에서 유럽 챔피언을 넘어서라.'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7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 스타디움에서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04) 우승팀 그리스와 새해 첫 A매치를 갖는다.

독일월드컵축구 16강 좌절과 도하아시안게임 노메달로 아쉬운 한 해를 보낸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 본선(7월)이 열리는 2007년을 재도약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

첫 단추를 꿰야 할 그리스전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시점이다.

상대는 강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위로 한국으로서는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맞붙은 프랑스(4위)에 이어 두 번 강한 팀을 맞는 셈이다.

지난 해 10월 방한한 '아프리카의 검은 별' 가나(28위), 베어벡호가 1무1패로 밀린 이란(37위)보다 상위권이다.

한국(51위)보다는 랭킹이 35계단이나 높다.

그리스는 작년 1월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드보카트호와 1-1로 비겼다.

그 때 그리스는 정예멤버가 아니었다.

그리스의 2006년 A매치 전적은 5승2무3패.
잉글랜드에 0-4로 대패했고 티에리 앙리를 앞세운 프랑스에도 0-1로 당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들어온 호주에도 한 골차로 졌다.

그러나 유로2008 예선에서 몰도바, 노르웨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제물로 3연승을 달리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독일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한 충격에서도 벗어났다.

다섯 번째 대표팀을 소집해 벌써 5기(期)에 접어든 베어벡호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태극전사 20명을 뽑았다.

프리미어리그 삼총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설기현(레딩)이 합류하는 등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23명)의 절반이 넘는 12명이 포함돼 있다.

부상자 둘(송종국, 김동진)을 빼면 한국 축구에서 추려낼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을 구축했다.

문제는 컨디션이다.

K-리그는 유럽 축구 리그와 달리 동절기가 휴식기이자 전지훈련 기간이다.

선수들은 초봄 리그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다.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릴 만한 시간이 없었다.

발을 맞출 시간도 촉박하다.

런던 외곽 비샴 애비 내셔널스포츠센터에서 사흘만 훈련하고 실전을 치른다.

더욱이 박지성과 이영표는 훈련할 짬이 하루 밖에 없다.

베어벡은 이런 면을 의식한 듯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시스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스트라이커 조재진(시미즈)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좋은 원정 경험을 쌓겠다"고 다짐했다.

그리스도 최상의 멤버를 구성했다.

독일 출신의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은 해외파 11명을 일찌감치 동원했다.

작년 11월 프랑스와 A매치에 빠졌던 안겔로스 하리스테아스(페예노르트)가 돌아왔고 그리스 수비의 희망으로 꼽히는 바실리스 토로시디스(올림피아코스)를 발탁했다.

베어벡호 태극전사들은 최소 두 배수로 선발 경쟁을 해야 한다.

베어벡은 프리미어리거라고 주전을 보장받은 것으로 못박을 수 없다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수비진의 경쟁이 치열하다.

베테랑 중앙수비수 최진철, 김영철이 빠진 자리에 김진규(전남), 김치곤(서울), 이강진(부산)이 치열한 주전 다툼을 하고 있다.

미드필더진은 김두현(성남), 김남일(수원) 등 국내파들의 차지가 될 전망. 공격진에는 무대가 영국이란 점에서 박지성, 설기현이 먼저 부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타깃맨 역할에는 조재진이 한 발 앞서 있다.

그러나 오장은(울산), 염기훈(전북), 정조국(서울) 등 영건들이 기존 주전들의 아성에 만만찮은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정조국은 베어벡호에서 네 골이나 터트린 최다 득점자다.

독일월드컵 이후 여섯 차례 A매치에서 FIFA 랭킹 166위 대만에만 2승을 거둔 베어벡호가 모처럼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 새해 첫 승전보를 전해올 지 축구 팬들의 이목이 런던으로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