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막을 내린 유럽여자프로골프(LET) 겸 아시아여자프로골프 투어 MFS호주여자오픈은 한국 선수들에게 귀중한 숙제를 안겼다.

`국내용'에서 벗어나 더 큰 무대로 진출하려면 다양한 골프장을 최대한 경험하고, 그에 맞는 샷을 연마해야 한다는 것.
대회기간 선수들은 `잔디가 달라 샷이 안된다' `그린이 불쑥 솟아올라 있어 공략이 어렵다' `바람이 불면 거리조절이 까다롭다' 등 부진의 이유를 저마다 들었다.

특히 그린 공략에서 애를 먹은 게 사실이다.

로열시드니골프장이 대체로 포대 그린인데다 주변 잔디가 한국 골프장에는 흔치 않은 종류여서 그린을 놓쳤을 때 타수를 잃는 사례가 속출했다.

물론 페어웨이 잔디도 클럽이 쉽게 파고들지 못할 만큼 딱딱했고 주변의 러프도 클럽이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4라운드 내내 언더파를 작성하지 못한 최나연(20.SK텔레콤)은 "경험해보지 못한 잔디에 적응이 어려웠고, 바람이 불때 거리를 맞추기도 힘들었다"고 나름대로 부진 원인을 분석했다.

대회 출전 선수들에게 모두 같은 조건이지만, 한국 선수들은 연습 라운드만으로 적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신지애(19.하이마트)를 지도하고 있는 전현지 코치는 "그린을 놓쳤을 때 굴려 올리기 힘들도록 설계된 골프장"이라면서 "공을 띄워 올리는데 약한 한국 선수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평가했다.

전 코치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골프장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라면서 "동계 훈련에서 체력 훈련보다는 기술 샷을 연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날 3타를 줄여 순위를 겨우 끌어올린 신지애는 "그린 자체의 굴곡보다도 그린 주변이 나에게는 더 어려웠다.

다양한 그린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회 둘째 날 타수를 크게 잃어 선두 경쟁에서 처졌던 박희영(20.이수건설)도 `경험론'에 동감했다.

박희영은 "여러 골프장을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호주교포인 양희영(18.삼성전자)을 포함해 이번 대회에 참가한 14명의 한국 선수들은 다음주 열리는 LET투어 ANZ레이디스마스터스에도 출전한다.

타이틀을 방어해야 하는 양희영은 더욱 분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얻은 교훈을 밑거름 삼아 좋은 성적을 내기를 기대해 본다.

(시드니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