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가대항전인 월드컵골프대회에서 악연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1993년 남자 월드컵대회에 출전한 박남신이 '잠정구' 선언을 하지 않은 끝에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당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는 여자 선수들이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해 2벌타를 받는 '망신'을 당했다.

지난 20일 남아공 선시티의 게리플레이어CC(파72)에서 열린 제3회 여자월드컵골프대회 2라운드.이날 경기는 한 팀 두 선수가 볼 하나를 번갈아치는 포섬방식으로 진행됐다.

1번홀(547야드)에서 김영(26·신세계)의 두 번째 샷이 러프로 날아가더니 대회 '광고판' 옆에 멈췄다.

팀동료 신지애(18·하이마트)가 세 번째 샷을 하려고 하는데 그 광고판이 스윙하는 데 걸렸다.

두 선수는 망설인 끝에 경기위원을 불렀지만 경기위원이 오기 전에 진행요원(마샬)이 왔고,두 선수가 어물어물하는 사이 그가 광고판을 치워버렸다.

신지애는 광고판을 치운 상태에서 세 번째 샷을 날렸고 한국팀은 그 홀에서 보기(6타)를 기록했다.

그런데 볼을 친 다음에 온 경기위원이 상황을 파악한 뒤 '움직일 수 없는 인공장애물'을 움직인 뒤 샷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팀에 2벌타를 줬다.

한국의 그 홀 스코어가 졸지에 트리플보기(8타)가 되고 만 것.두 선수는 "우리가 장애물을 치운 것도 아닌데 왜 벌타를 받아야 하느냐"며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포함,대부분 골프대회에서는 광고판에 대해 로컬룰로써 '임시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부속규칙Ⅰ B-6)로 규정하기 때문에 볼이 그 옆에 떨어져 방해가 되면 벌타 없이 구제를 받는다.

그런데도 두 선수는 로컬룰을 간과했고,광고판을 움직여 2벌타를 받았다.

규칙을 잘 몰라 경기위원을 불러놓은 상태에서 국외자(진행요원)가 광고판을 치우는 것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고 '묵인'한 것도 경솔했던 것으로 지적된다(규칙재정 13-2/33).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단장 강춘자)가 선수들에게 기본적인 로컬룰을 숙지시키지 않았다는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첫날 2위,둘쨋날 4위로 밀려난 한국은 21일 최종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기록,3라운드합계 1언더파로 파라과이(9언더파),미국(2언더파)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