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도하아시안게임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승마 대표팀 고(故) 김형칠 선수의 애마 '밴디버그 블랙'(애칭 밴디)이 안락사를 면하게 됐다.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20일 "카타르 현지에서 X-레이 촬영 등 재검사를 했는데 밴디가 재활 치료를 하면 보행이 가능한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안락사를 시키지 않고 국내로 들여와 자연사할 때까지 놓아 두기로 고인의 유족들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밴디는 현재 카타르승마협회 셰이크 하마드 빈 알이 알 타니 회장 소유의 마장에서 치료 중이며 장거리 비행이 가능할 때까지 현지에서 재활을 한 뒤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

김형칠 선수는 지난 7일 도하아시안게임 승마 종합마술 장애물비월 경기 도중 사고로 밴디에 깔려 사망했고, 밴디는 뒷다리 부상을 입어 그 동안 치료를 해 왔다.

만일 밴디의 다리가 부러졌을 경우 사실상 경기용 말로서 생명은 끝난 상황이라 애초 고인의 유족들은 사고 후 밴디를 안락사시키기로 했었다.

안락사 결정 이후에도 밴디는 현지에서 치료를 계속받았는데 이는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는 동물을 함부로 죽일 수 없어 안락사를 시킬 다른 나라로 옮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박 전무에 따르면 정밀검사 결과 밴디가 다행히 뒷다리 골절은 아니고 고관절에 실금이 간 상태라 재활만 제대로 하면 보행이 가능할 정도록 회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밴디는 카타르에서 치료를 마친 뒤 내년 초 국내에 들여와 고인의 소속팀인 경기도 용인의 금안회 마장에서 삶을 이어갈 예정이다.

대한승마협회 관계자는 "밴디가 치료를 잘 받는다면 비록 경기에 나서기는 힘들어도 기초 승용마로서 새 삶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