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까지 먹고 경기에 나섰어요."

'피겨요정' 김연아(16·군포 수리고)가 성인 무대 데뷔 첫해에 여자 피겨의 '별 중의 별'에 올랐다.

김연아는 16일(한국시간) 오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이스 팰리스에서 펼쳐진 2006~200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일본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하지만 김연아의 영광 뒤에는 통증을 이겨내기 위한 '진통제 투혼'이 숨어 있었다.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는 "허리 통증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한국에서 도핑테스트에 걸리지 않는 진통제를 가져와 먹으면서 경기에 나섰다"며 힘겨웠던 우승 순간을 전했다.

박씨는 "프리스케이팅 경기 당일 오전에야 컨디션이 그나마 회복돼 허리에 테이핑을 강하게 하고 경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스케이트 부츠도 김연아를 괴롭혔다.

일본의 스케이트 장인을 찾아가 새로 맞춘 부츠는 제작기간이 오래 걸려 김연아는 연기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기존 부츠와 새 부츠 한 짝을 '짝짝이'로 신고 이번 대회에 나섰다.

'종달새의 비상'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첫 번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 루프 콤비네이션(연속 공중 3회전)을 깨끗하게 마친 뒤 연이어 멋진 이너바우어(허리를 뒤로 젖힌 채 활주)와 더블 액셀(공중 2회전반)을 성공시켰다.

마지막 더블 액셀 착지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트리플 살코에 이은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무난하게 연기를 마무리했다.

심판들은 이날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연기에 119.14점(기술요소 점수 61.78점,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 57.36점)을 줬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65.06점)를 합친 총점은 184.20점으로 자신의 역대 최고점(184.54점)에 0.34점 뒤지는 좋은 기록이었다.

반면 일본의 아사다는 첫 번째 트리플 액셀(공중 3회전반)을 시도하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후 안정된 연기를 펼치는 듯했지만 연기 후반에 두 번째로 넘어지면서 감점 2점을 받고 103.18점에 머물면서 총점 172.52점으로 금메달을 김연아에게 넘겨줬다.

이로써 지난 3월 세계 주니어 피겨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 빙상 100년의 역사를 새로 썼던 김연아는 다시 시니어 무대 정상에 오르며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