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까지 먹고 경기에 나섰어요"

2006-200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피겨여왕'으로 떠오른 김연아(16.군포 수리고)의 영광 뒤에는 부상을 이겨내기 위한 '진통제 투혼'이 숨어 있었다.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는 17일(한국시간) 오전 연합뉴스와 국제전화에서 "허리 통증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한국에서 도핑테스트에 걸리지 않는 진통제를 가져와 먹으면서 경기를 치렀다"며 힘겨웠던 우승 순간을 전했다.

박 씨는 "현지에 도착해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김)연아가 허리 통증으로 제대로 된 점프 동작이 나오지 않아 의기소침해 있었다"며 "프리스케이팅 경기 당일 오전에야 컨디션이 그나마 회복돼 허리에 테이핑을 강하게 하고 경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을 앞두고 스케이트 부츠와 허리 통증의 두 가지 악재에 시달렸다.

일본의 스케이트 장인을 찾아가 새로 맞춘 부츠는 제작기간이 오래 걸려 김연아는 연기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기존에 신던 부츠와 새 부츠를 한 짝을 '짝짝이'로 신고 이번 대회에 나섰다.

김연아는 또 고질적으로 괴롭혔던 무릎과 발목의 부상이 회복되자 갑작스레 찾아온 허리 통증으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물리치료에 집중하는 등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결국 아픈 허리를 이끌고 9시간에 걸친 장거리 비행을 통해 대회 장소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김연아는 동행한 물리치료사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진통제까지 복용하고 경기를 치르는 투혼을 발휘했다.

박 씨는 "경기 전에 워낙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경쟁을 벌였던 일본 선수들이 연기 초반에 실수를 하면서 (김)연아에게 행운이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돌아가면 연습량을 줄이면서 허리 치료에 집중할 작정"이라며 "내년 1월 초 국내 대회에 출전해 동계 아시안게임에 대한 준비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