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쯤에는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1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 인도어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2006 도하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준결승전.

한국 벤치가 아닌 중국 벤치에서 누군가 중국어 통역을 옆에 둔 채 열심히 한국말로 작전을 지시하고 있었다.

바로 중국 여자핸드볼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갑수(42) 감독.

김 감독은 2003년 9월 일본 고베에서 열린 아테네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때 한국 여자핸드볼팀 사령탑을 맡았으나 중국, 일본과 비기는 바람에 중국에 출전권을 내줬다.

당시 중국 대표팀은 현 한국체대 남자팀 정형균 감독이 맡고 있었다.

한국은 다행히 그해 12월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지만 김 감독은 세계선수권대회에 가기도 전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김 감독이 중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 9월. 중국 강소성 여자핸드볼팀이 창단되면서 초대 감독으로 선임된 것. 이후 지난해 10월 정형균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면서 뒤를 이었다.

나름대로 차근차근 선수들을 조련해 이번 대회에 나왔지만 한국과 준결승에서 32-34로 패하고 말았다.

김 감독은 경기 직후 "아직은 개인 기량 차 때문에 한국을 따라잡기 힘들지만 내년에는 가능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믿는 것은 중국 체육 당국의 엄청난 지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 1등국'을 꿈꾸는 중국은 아시아에서 한국의 아성을 깨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여자 실업팀도 최근 몇년 사이 부쩍 늘어 한국(6개)보다 많은 9개나 된다.

또 일찌감치 개인 기량을 익히게 하기 위해 초등학교에도 핸드볼팀을 창단하며 유소년 발굴에도 열심이다.

대표팀의 경우 훈련장 및 숙소도 최상급이고 핸드볼 최정상인 덴마크와 체코, 독일 등 유럽으로 전지훈련도 2개월에 한 번씩은 나가고 있다.

이들 나라와 교류 협력을 맺어 선수 교환을 하기도 한다.

국내에 핸드볼 전용 구장을 찾기 힘든 데다 실업팀 대회 때마다 싸구려 여관을 전전하고 대표팀의 경우 1년에 2-3차례 밖에 전지훈련을 나가지 않는 한국과는 비교되는 점이다.

김 감독은 "현 중국 대표들은 중학교 때 핸드볼을 시작한 자원들이라 초등학교부터 볼을 잡는 한국과 개인 기량 차가 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중국도 계속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고 유럽 쪽의 개인기를 계속 전수받고 있어 조만간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하=연합뉴스)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