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한국시간) 도하아시안게임 남자핸드볼 준결승 한국-카타르 경기에서 나온 중동 심판의 노골적인 편파판정은 '오일달러'의 위력에서 나온 산물이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들어 이러한 중동 심판의 텃세 판정을 충분히 예견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었다.

경기 진행을 맡은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을 중동이 쥐고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AHF 회장은 쿠웨이트 왕자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아메드 알-파하드 알-사바 회장.
막대한 '오일달러'를 앞세워 무려 24년 동안 아시아 핸드볼계를 장악한 중동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핸드볼 만큼은 쿠웨이트와 카타르가 금, 은메달을 가져가야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6연패를 노리는 한국은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핸드볼은 다른 종목에 비해 심판의 재량이 가장 많이 허용되는 종목. 심판이 마음만 먹으면 2분 퇴장이나 레드카드 등을 남발할 수 있다.

한국은 회장국인 쿠웨이트와 본선리그 최종전부터 편파판정에 휘말렸다.

선수 7명 가운데 김태완(하나은행)이 전반 22분 실격당해 6명이 싸웠고 후반 9분에는 이재우(다이도스틸)가 레드카드를 받고 박중규도 2분 퇴장을 당해 한국 공격수는 3명밖에 남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당시 카타르 출신 심판 2명은 국제핸드볼연맹(IHF)로부터 이미 편파판정 때문에 국제심판 자격을 박탈당한 인물이었는데도 AHF는 "우리가 징계를 준 것이 아닌 데다 대륙심판 자격증은 아직 유효하다"며 밀고 나갔다.

이날 경기에서 AHF는 회장국 쿠웨이트 심판 2명을 배정했다.

한국이 결승에 오르면 힘들 수도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쿠웨이트 심판의 장난은 일찌감치 203㎝의 장신 거포 윤경신을 겨냥했고 한국은 힘도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문제는 항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다고 아무리 외쳐도 '오일달러'로 무장한 AHF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국제핸드볼연맹(IHF)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IHF의 이집트 출신 하산 무스타파 회장은 2000년 회장 선거를 치를 때 AHF 알-사바 회장의 막강한 재력을 도움 받아 유럽 출신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S 해설위원으로 도하를 찾은 80년대 핸드볼 스타 강재원 일본 다이도스틸 감독은 "오늘 돈으로 승리를 사는 추악한 모습을 봤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도하=연합뉴스)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