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해냈다!"

한영준 부회장 등 대한조정협회 관계자들은 7일(한국시간) 오후 카타르 도하 웨스트 베이 라군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안게임 조정 남자부 싱글스컬 결승에서 신은철(19.한국체대)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비인기 종목 설움을 딛고 아시안게임에서 24년간 품어온 금메달의 한을 푸는 순간이다.

전체 선수가 50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척박한 조정계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 값진 열매를 맺은 것이다.

한국은 1982년 뉴델리대회부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지만 그동안 중국의 높은 벽에 막혀 빛을 보지 못했다.

1986년 서울, 1990년 베이징대회에서 은메달을 4개씩 땄지만 1998년 방콕대회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조정협회는 정성을 쏟은 2002년 부산대회에서도 동메달 3개에 그치자 금메달을 목표로 독을 품고 대표팀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선수들과 동거동락할 수 있는 우수한 지도자를 영입한 것이다.

대표팀은 2003년 초 서울체고에서 코치로 일하던 장현철(35)코치와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4년간 계약했다.

이는 당시 젊지만 능력있는 지도자로 평가받던 장 코치가 소신있게 오랫동안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또 실업팀 등에 소속되지 않은 지도자이기 때문에 대표팀을 전담할 수 있고 선수선발 등에 있어서 공정할 수 있었다.

지난 해 11월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1998년과 2002년) 출신으로 중국 베이징 실업팀에서 감독을 맡고 있던 류쿤(43) 코치를 새로 영입했다.

여기에 도하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지훈련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대표팀은 지난 해 12월부터 3개월여간 중국의 후난(湖南)성 등에서 벌인 전지훈련에서 중국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기술을 강화하고 상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또 지난 5월에는 폴란드, 독일에서 한달 훈련했고 도하로 출국하기 직전에도 중국 광저우에서 마지막 실전훈련을 소화했다.

금메달을 향한 집념은 장비를 준비하는 치밀한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이 시작하기 한달 전 예비용 2개를 포함해 경기용 배 8척을 한국에서 카타르까지 배편으로 공수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동안 아시안게임에서는 현지에서 배를 빌려서 사용했지만 카타르는 쉽지 않다는 정보를 입수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쓰던 배를 가져간 것이다.

때문에 요트 등 다른 수상종목 대표팀이 훈련용 배가 없어 겪은 어려움을 피하고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다.

여기에 타고난 힘을 갖춘 신은철이라는 걸출한 10대 선수가 등장하면서 애타게 기다려온 첫 금메달이 현실로 다가왔다.

서창기 대한조정협회 전무이사는 "그동안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 컸는데 후배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눈물이 난다"면서 "협회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수년 전부터 모든 역량을 쏟은 것이 이런 영광을 낳았다"고 말했다.

(도하=연합뉴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