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체질 탄력으로 극복..세단뛰기 첫 금 캔다

'나안 시력이 0.1도 되지 않아 늘 안경을 끼어야만 하던 시골소년.', '고등학교때 스쿼트(하체 웨이트 트레이닝)를 단 한 개도 해내지 못해 쩔쩔매던 약골.'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 한국 육상의 메달 전선에서 선봉을 맡은 전국체전 최우수선수(MVP) 김덕현(21.조선대)이 이런 선수였다면 믿을 수 있을까.

남자 세단뛰기 한국기록 제조기 김덕현은 다음 달 11, 12일 도하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릴 제15회 아시안게임 세단뛰기 예선, 결승에 출전해 금메달에 도전한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김덕현을 '금메달 0순위'에 올려놓았다.

지난 9월 김천 전국체전에서 마의 17m 벽을 넘어 세계 25위권(선수 기준)에 근접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그보다 멀리 뛰는 선수는 리양시(중국) 한 명밖에 없고 격차는 5㎝에 불과해 충분히 추월이 가능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최근 1년 사이 30㎝ 가까운 기록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주슈징, 우보 등 다른 중국 선수들도 다크호스지만 이들의 올해 기록은 17m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시아 정상권에 진입한 김덕현의 '소년 시절'은 애처롭기 짝이 없었다는 게 그를 발굴한 안재오(38) 조선대 육상 코치의 전언이다.

현역때 10종경기를 한 건장한 체격의 안 코치는 광주체고에 다니던 호리호리한 체격의 김덕현을 만났다.

"처음엔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켜봤죠. 하체운동에 필수적인 스쿼트를 하도록 했는 데 가벼운 바벨만 얹었는데도 도저히 일어서질 못하는 거예요."

게다가 눈이 나빠 안경까지 쓴 김덕현은 숨을 헐떡이며 도저히 못하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한다.

하지만 운동장에 나가 세단뛰기를 시켜보니까 뛰는 폼이 아프리카 영양 마냥 탄력이 좋은 데다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 보였다고 안 코치는 전했다.

"벌교에서 농사짓는 집 아이인데 탄력이 타고났다 싶었죠. 곧장 세단뛰기로 전향시켰고 대학 육상부에 데려와 키웠습니다.

17m를 넘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죠."

파워를 동반해야 하는 멀리뛰기보다 탄력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세단뛰기가 김덕현에겐 맞춤형 종목이었던 셈이다.

김덕현은 지난 7일 출국해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이다.

박영준 한국체대 교수가 그를 집중 조련하고 있다.

김덕현은 결전을 눈앞에 두고 고민이 있다고 한다.

실전에서 안경을 끼느냐, 벗느냐가 그것이다.

육상 선수들은 더러 안경을 끼기도 하지만 불가피할 경우 머리 뒤로 끈을 매는 스포츠 고글을 쓴다.

하지만 김덕현이 쓰는 건 보통 안경이다.

고글은 왠지 불편하단다.

김덕현은 평소처럼 안경을 끼든지, 정 안되면 콘텍트 렌즈를 착용하든지 하고 도약 주로에 설 생각이란다.

안경을 쓴 남도 청년이 도하의 모래판 위에서 환호할 날이 기다려진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