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널드 파머는 필드를 떠났지만 나는 아직 멀었다'

한국 골프의 산 증인인 한장상(66)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이 19일 부산 해운대골프장에서 열린 LIG 제49회 KPGA선수권대회 첫날 어김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대부터 시작해 올해로 49년째 빠짐 없는 출전이다.

한국의 메이저대회이자 가장 전통이 깊은 이 대회의 영구 출전권을 가지고 있는 한 고문은 올 시즌 2승을 거둔 20대 기수 강경남(23.삼화저축은행) 등과 동반 라운드를 펼쳐 12오버파 84타의 성적을 냈다.

막내 아들뻘인 강경남(69타)과 큰 타수차인데 컷오프를 당할 처지.

그러나 1968년부터 1971년까지 이 대회를 4연패하는 등 7회나 정상에 단일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한 고문에게 성적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출전 그 자체가 전설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일본프로골프 무대에서 뛰고 있는 김종덕(45.나노소울)은 라운드를 먼저 마치고 기다렸다가 경기를 끝내고 나오는 한 고문에게 `선배의 업적을 기리는 꽃다발'을 전달했다.

마지막 홀 주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홍순상과 박도규(36.삼화저축은행) 등 30여명의 후배들은 뜨거운 박수로 한 고문을 맞이했다.

한 고문은 "내년이면 50년을 채우는데 다음 대회에도 꼭 나와야지"라면서 식지 않은 열정을 드러냈다.

김종덕은 "같은 대회에 49년째 출전하는 것은 위대하고도 기록적인 업적"이라면서 "일본의 시니어 프로 선수들은 나에게 여전히 한 고문이 잘 지내느냐고 안부를 물어온다"고 말했다.

제 6대 KPGA 회장과 초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도 각각 역임한 한 고문은 1972년 일본오픈에서 우승하는가 하면 1973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명장열전'이라 일컫는 미국프로골프(PGA)의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 출전하기도 했다.

얼마 전 미국의 살아있는 `골프 전설'인 파머가 공식 은퇴를 선언했으나 한 고문은 여전히 필드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 고문은 내년 이 대회 50회 출전을 채운 뒤 시니어대회 골드시니어부에서 활동할 예정이란다.

(부산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