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위 역할도 '사후약방문'..비전 제시 못해

한국축구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2006 독일월드컵축구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하고 돌아온 뒤 딕 아드보카트(59) 감독의 후임으로 같은 네덜란드 출신 핌 베어벡(50)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동안 치른 5경기에서 팬들의 신뢰를 되찾아올 만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코칭스태프의 '경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신문선 축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덮으려고 코칭스태프를 조급하게 임명한 결과 경험 문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베어벡 감독과 이란계 미국인 압신 고트비(42), 홍명보(37), 코사(42) 골키퍼 코치까지 네 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들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월드컵 본선에 6회 연속 진출한 대표팀을 맡기에는 절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해보인다.

베어벡 감독은 1981년 스파르타 로테르담(네덜란드) 청소년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에 입문해 올해로 26년째 선수들을 조련하고 있다.

결코 짧은 경력은 아니지만 그는 그동안 주로 '보좌관' 역할에 주력해왔다.

네덜란드 프로팀 FC 그로닝겐, 일본 J리그 NTT 오미야 감독을 거쳐 2001년부터 거스 히딩크 감독의 밑에서 한국대표팀 수석코치로 처음 대표팀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2군, J리그 교토 퍼플상가 감독에 이어 2003년 12월 처음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 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1위의 최약체 네덜란드령 안틸러스였다.

그나마 6개월.
2004년 11월부터 아드보카트 감독과 호흡을 맞춰 독일 보루시아MG,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감독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디까지나 그의 역할은 수석코치였다.

실질적인 대표팀 사령탑 부임은 독일월드컵 이후 한국이 처음인 셈이다.

베어벡 감독은 지난 달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날아가 아드보카트 감독과 재회했다.

김동진, 이호(이상 제니트)의 플레이를 점검하러 간 측면도 있지만 대표팀 운영에 관해 의견을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의견을 수렴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미 떠난 사람'을 찾아가 일종의 '훈수'를 듣는다는 게 그리 바람직해 보이진 않았던 게 사실이다.

고트비 코치는 전기공학도 출신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대학 축구선수로 뛰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기술분석관(비디오)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수원 삼성 2군 코치와 미국프로축구(MLS) LA 갤럭시 코치를 한 게 지도자 경력의 전부다.

역시 대표팀 경력은 히딩크호, 아드보카트호 외에는 전무하다.

그 역시 베어벡 감독과 비슷하게 보좌 역할에 적합한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지만 '강단있는' 수석코치 역할은 해내지 못하고 있다.

'4강 신화의 주역'인 홍명보 코치는 대표팀 외에는 지도자 경력이 전혀 없다.

1급 지도자 자격증도 최근에야 땄다.

태극전사들의 '맏형' 노릇과 함께 대표팀 내에서 감독과 선수들의 '채널' 역할을 해내는 등 나름대로 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 지도자의 노련함을 찾기에는 거쳐온 이력이 너무 짧다.

브라질 출신의 코사 골키퍼 코치는 1999년까지 선수로 뛰다 2000년 수원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전남에서 김영광을 길러내는 데 한 몫했다.

물론 대표팀 지도 경력은 없다.

전문가들은 베어벡호에 경험많은 국내파 수석코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직언'을 서슴지않는 '중량급' 한국인 지도자를 영입했을 때 외국인 감독과 마찰을 빚지는 않을까 우려해 망설이는 면도 적지 않다.

과거에도 그런 사례는 있었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역할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술위는 코칭스태프 선임부터 선수 차출, 훈련 일정 조정까지 대표팀에 관한 한 총체적인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이영무 기술위원장과 현 기술위원들은 선임 당시부터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너무 무난한 게 오히려 '독'이 되는 측면도 있다.

기술위가 감독의 전략.전술에 일일이 간섭해선 곤란하지만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은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현 기술위는 독일월드컵 평가 보고를 통해 토고전에서 드러난 아드보카트호의 전술 운용상 문제점을 단 한번 지적했을 뿐 그 외에는 어떤 비판도 내놓지 않았다.

기술위는 12일 회의를 통해 향후 대표팀 운영에 관한 비전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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