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 설기현(27.레딩 FC)의 날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다운 물 흐르는 듯한 플레이는 6만3천여 관중의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설기현은 2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축구 예선 이란과 경기에서 전반 45분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비록 경기 종료 직전 어이없이 동점골을 허용, 승부는 1-1로 끝났지만 설기현은 베어벡호 출범 이후 첫 소집돼 치른 경기에서 득점포까지 작렬하며 프리미어리거로서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A매치에서 설기현의 득점은 2006 독일 월드컵 직전인 지난 5월26일 서울에서 치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친선경기(2-0 승) 이후 99일 만이며 통산 14호 골(70경기)이다.


현 대표팀 멤버 중에서는 A매치 최다 득점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울버햄프턴에서 레딩 FC에 입단, 박지성과 이영표에 이어 한국인 3호 프리미어리거가 된 설기현의 플레이는 발군이었다.

특히 전반전에는 '설기현 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돋보였다.


설기현은 유연한 방향전환과 마크맨 1-2명은 쉽게 따돌리는 돌파력으로 시종 상대를 괴롭혔다.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엔 김두현(성남)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골문 정면에서 헤딩으로 꽂아넣어 마침내 골그물을 출렁였다.

최진한 전 전남 드래곤즈 수석코치는 설기현의 활약에 대해 "이전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

자신감이 붙었고 소속팀 경기에 계속 출전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설기현도 이란전을 위해 입국한 뒤 "아드보카트 감독 시절에는 소속 팀에서 입지 등 때문에 주전확보가 쉽지 않았지만 이젠 사정이 다르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2000년 벨기에 안트워프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해외 진출 6년 만에 '꿈의 무대'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설기현은 올 시즌 소속팀에서 리그 데뷔전부터 내리 2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하며 경기 최고 평점을 받는 등 팀이 치른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농익은 기량을 뽐내왔다.

설기현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골을 넣은 건 기쁘지만 좋은 경기를 하고도 마지막 집중력 부족으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비겨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소속팀에서 플레이가 잘 되면서 개인적으로 자신감이 많이 붙어 오늘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면서 6일 열릴 대만과 4차전에 대해서는 "골을 많이 넣기 위해 무리하게 공격을 하기보다는 그 동안 해 왔던 대로만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